음모론 지지자 42% "처음 듣지만… 맞는 듯"
WP "공화당 지지층, 음모론 다수 신봉해 와"
'에코 챔버 현상·정치인 극단적 수사' 폐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5명 중 1명이 세계적인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내세운 비밀 요원'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중 42%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음모론을 처음 접하고도 즉시 믿었다. 음모론 추종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사실무근 주장'을 너무 쉽게 신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은 14일(현지시간)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8%는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음모의 일부라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NYT는 "음모론을 믿은 응답자 중 71%는 공화당 지지자이며, 73%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퍼뜨린 '지난 대선은 사기'라는 거짓말도 믿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선 32%가 이 음모론을 신뢰했다.
스위프트는 엄청난 인기를 바탕으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미국 팝 가수다. 그런데 최근 미국 극우층은 스위프트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재선을 위해 심리 작전에 동원된 비밀 요원'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11일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함으로써 (저작권법 개정으로) 아주 많은 돈을 벌게 해준 남자(트럼프)와의 의리를 저버릴 리 없다"고 견제했다.
물론 음모론은 사실무근이다. 스위프트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는 아직 별다른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CNN은 "음모론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극우 음모론'이 판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7년 미국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논(QAnon)'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민주당 인사들이 국정을 좌우하는 비밀 집단 '딥 스테이트'와 결탁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려 하고, 아동 성매매를 저지르며 사탄을 숭배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 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지지자 상당수가 '딥 스테이트'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중 42%는 민주당이 아동 성매매에 연루돼 있다고, 53%는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는 '비밀리에 사건을 통제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단일 집단(딥 스테이트)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음모론이 횡행하는 데는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접하는 '에코 챔버(eco chamber)' 현상이 한몫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WP는 "음모론을 믿는 공화당원일수록 이런 이론을 조장하는 매체를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의 '위험한 입'이 극단주의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앤드루 매케이브는 지난달 31일 극우 음모론에 심취해 아버지를 살해한 미국 남성을 두고 "범인의 음모론이 일부 정치인들의 수사와 다르지 않다"며 "선출된 공직자와 지도자들에게 듣는 극단적 수사가 극단주의적 견해를 가진 취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큐어논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감싸고 딥 스테이트의 존재를 주장하는 등 음모론에 동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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