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심부전, 5년 내 60~70%가 목숨 잃는 ‘심장 질환 종착역’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로 더 유명해진 국민배우 신구(87)씨가 “지난 2022년 심부전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데 몸무게는 7~8㎏이나 빠졌고 인공 심장박동기를 차고 있다”고 최근 유투버 방송에서 밝혔다. 그는 인공 심장박동기를 가리켜 “이놈이 한 10년은 산대. 아이고 나보다 더 오래 살겠네”라고 해 쾌유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은 말 그대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신체 각 부분에 혈액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병이다. 자동차가 마치 엔진이나 부품이 고장나거나 연료가 부족해 제대로 운전할 수 없는 상태와 같다. 심부전이 발병하면 5년 내 60~70%가 사망에 이르기에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부른다.
심부전은 심장 혈관이 막히는 관상동맥 질환부터 맥박이 불안정한 부정맥(不整脈) 등 다양한 기저 질환에 의해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고혈압·당뇨병·유전자 이상에 의한 심근증 등 심장 근육 자체가 약해져 생길 수도 있다.
심부전 환자가 최근 생활 습관에 의한 비만·대사증후군·당뇨병으로 인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질환이 만성 염증 상태를 일으키고 심근·혈관을 손상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질환이 없어도 나이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데 60~70대의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
조상호 대한심부전학회 정책이사(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복합적 임상증후군으로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면서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심부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80세 이상 고령인에게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심부전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초기에는 뛰거나 격한 운동을 할 때 숨이 찬다. 하지만 심해지면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 빨리 움직이는 등 가벼운 활동에도 호흡하기 힘들다. 더 심해지면 눕거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발목과 종아리 등이 붓고 심하면 복수(腹水)가 찬다.
왼발·오른발에 모두 부종이 생기면 심부전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데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부종이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김미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예를 들어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움직임을 힘들어 못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거나, 계단 몇 층 정도를 쉽게 올라갔는데 힘들어지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해 증상을 무시하거나 진료를 늦추면 나빠질 수 있으므로 즉각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혈액 공급을 적절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심장뿐만 아니라 전신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다. 콩팥에 영향을 줘 만성콩팥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 기능 저하와 간 손상 위험이 있다. 뇌와 폐에도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심부전은 원인과 증상 정도에 따라 약물 치료를 적용하며 산소가 부족하면 인공호흡기 등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구조적 문제로는 중재 시술이나 수술 등으로 심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을 비롯해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금연·절주를 해야 하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섭취한다. 매일 30분 이상 자신의 체력에 맞는 유산소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조동혁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긴급한 질환이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시 즉시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응급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최근 심부전을 호전시키는 약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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