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자전 필수 요소' 위성 무력화 목적
"직접 위협 없지만 심각히 본다" 공식 확인
우크라 "러, 머스크 '스타링크' 장기간 사용"
‘러시아발(發) 위성 전쟁’이 불붙을 조짐이다. 미국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우주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 신호를 활용한 전자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자, 위성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 군사 전략까지 등장한 셈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군이 미국 기업인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장기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주를 무대로 한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위성 요격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이 기밀 해제를 요구한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 이같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미국, 자국 핵무기 통제에도 위성에 의존"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한 건 아니다. 터너 위원장의 발언에 미국 언론들이 ‘러시아의 위성 공격 핵무기 개발과 관련돼 있다’는 취지로 보도하자, 안보 불안감 해소를 위해 최소한의 확인 차원에서 이뤄진 발표였기 때문이다. 커비 보좌관은 “위협의 구체적 성격에 대해 공유할 내용이 제한적”이라며 “(러시아의 무기가) 현재 배치됐거나 가동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로선) 인간을 공격하거나 지구에 물리적 파괴를 일으키는 등의 직접적 위협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의 위성 공격 역량은 위협적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은 잠재적 위협을 심각히 여기고 있다”며 “(향후) 우주에 배치된다면 이는 ‘우주 조약’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1967년 발효된 우주 조약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우주 배치를 금지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역량이 핵무기 또는 원자력 기반 무기인가’라는 질문엔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은 ‘위성 겨냥 위협’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고 본다. 위성은 각종 첨단 무기가 쓰이는 현대전의 필수 요소임에도 ‘방어 능력’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2022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비확산정책교육센터는 “북한이 지구 저궤도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면 수많은 위성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미국의 핵무기 통제도 위성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 정보국장 "러,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 개 사용"
서방 위성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이 ‘요격’만 있는 건 아니다. 은밀히 활용하는 ‘도용’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지상 통신 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군에 통신망을 제공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 개를 러시아군이 장기간 사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또 나온 것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5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 사기업들이 사적 용도로 중개인을 통해 스타링크 단말기를 구입한 뒤, 우회 경로를 통해 러시아군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스타링크를 “상당히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쓰고 있다며 “(단말기 구매에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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