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안면마비·안면 경련 등 원인 다양해 정확한 진단 필요
#박모(57)씨는 최근 독감(인플루엔자)을 앓고 난 뒤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헹구기 위해 양칫물을 입에 머금고 거울을 보는 순간 갑자기 오른쪽 입술 아래로 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얼굴을 자세히살펴보니 오른쪽 입이 반대측으로 돌아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게다가 마비가 생긴 오른쪽 입술과 눈꺼풀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박씨는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으로 여겨 항바이러스 제제와 신경 회복제, 물리 치료를 받은 뒤 안면 근육이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됐다.
#정모(65)씨는 3년 전부터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른쪽 눈 주위가 가볍게 떨리더니 1년 전부터 강도와 빈도가 점점 늘어나는 동시에 증상도 점차 심해져 오른쪽 입술과 턱 근육까지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동네 한의원 등에서 안면 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고 치료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증상이 점점 심해져 필자에게 찾아왔다. 정씨는 신경학적 검사에서 안면신경마비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청각, 안면부 근전도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안면신경이 뇌혈관에 의해 압박돼 증상이 나타나는 안면 경련이라는 걸 확인했다. 정씨는 안면신경을 누르는 뇌혈관을 분리하는 ‘미세 혈관 감압술’을 받고 완쾌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들 두 환자 사례는 초기에는 증상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원인과 진단, 치료법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첫 번째 환자는 전형적인 바이러스에 의한 ‘벨 마비(Bell`s palsy·병명은 영국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 찰스 벨의 이름에서 따왔다)’였다. 벨 마비를 포함한 안면신경마비는 국내에서 한 해 9만~10만 명 정도 발생한다.
두 번째 환자는 ‘반측성 안면 경련’이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반측성 안면 경련은 한쪽 얼굴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떨리는 증상을 말한다.
필자는 최근까지 4,000례가 넘는 반측성 안면 경련과 삼차(三叉)신경통 등 뇌신경 이상증에 대한 다양한 수술법을 시행했다. 이 가운데 3,000례 이상으로 가장 많이 수술한 사례가 바로 반측성 안면 경련으로 인한 미세 혈관 감압술이었다.
미세 혈관 감압술을 3,000례 이상 시행했지만 후유증으로 사망하거나 생명이 위독한 후유장애를 초래한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장기적 추적 수술 성공률도 93%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고한 바 있다.
벨 마비는 헤르페스 등 바이러스에 의해 주로 발생하며 스테로이드 제제와 항바이러스 제제 등 약물 치료와 적극적 물리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특히 벨 마비 환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증가한다.
물론 뇌졸중·뇌종양·뇌의 다른 기질적 염증 질환 등으로 안면신경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단은 대부분 간단한 신경학적 검사나 뇌 MRI와 근전도 검사 등으로 가능하다.
반측성 안면 경련은 증상이 심하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뇌혈관을 분리하는 뇌수술(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아야 쾌유할 수 있다.
이처럼 얼굴에 발생하는 안면 마비나 안면 경련을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기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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