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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염원이 살찌운 상징의 부피

입력
2024.02.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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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3 미국 자유의 종

미국 '자유의 종'이 1776년 독립선언문 채택 당시와 공개 낭독 직후 울렸다는 것은 날조된 이야기라는 지적이 있다. nps.gov

미국 '자유의 종'이 1776년 독립선언문 채택 당시와 공개 낭독 직후 울렸다는 것은 날조된 이야기라는 지적이 있다. nps.gov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사당(현 독립기념관)에 걸렸던 ‘자유의 종(The Liberty Bell)’은 미국 역사를 기념하는 기념관과 기념물들을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상징물이다. 자유의 종은 독립전쟁(1765~1783)보다 앞선 1751년 주 의회의 주문으로 영국 런던의 한 주조소가 제작해 이듬해 8월 인도했다. 종은 시험 타종 도중 금이 가는 바람에 두 차례에 걸쳐 미국 현지에서 다시 주조돼 53년 6월 의사당 첨탑에 걸렸다.

당초 종은 펜실베이니아의 첫 헌법이 된 윌리엄 펜의 ‘1701년 특권헌장(Charter of Privileges)’ 50주년 기념물로 만들어졌다. 특권헌장은 식민지 주민의 종교 자유와 참정권, 재산권 등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었다. 무게 943kg의 청동 종 입술 언저리에는 성경 레위기의 한 구절 ‘온 땅의 모든 이에게 자유를 선포하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지만, 종의 명칭은 ‘주 의사당 종’이라 일반적으로 불렸다. 자유의 종이란 이름은 1839년 노예제 폐지운동 진영이 팸플릿에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1776년 7월 4월 미국 13개 주 대표가 독립선언문을 채택할 때 저 종이 울려졌다는 건 1847년 한 잡지 기자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나흘 뒤 독립선언서가 공개 낭독될 때 울렸다는 일반적인 믿음 역시 허구라는 지적이 있다. 독립기념관협회는 당시 첨탑 수리-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종을 울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문화적-역사적 상징은 그렇게도 만들어진다.

자유의 종은 1846년까지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 장례식 등 여러 행사 때 널리 쓰였지만, 1846년 2월 23일(2월 셋째 월요일) 조지 워싱턴 생일을 기념하는 ‘대통령의 날’ 타종으로 치명적인 균열-손상을 입은 뒤론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자유의 종은 2003년 독립기념관 내에 신축된 자유의 종 센터로 이전돼 전시 중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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