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취향 따라 상품과 광고 추천하는 AI 개발, 20여 개사 사용
3대째 창업한 사업가 집안 출신, 창업 위해 대학도 중퇴
거대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분야에서 관심을 끄는 작은 스타트업이 있다. 2021년 설립된 제트에이아이가 투자사들의 관심을 끈 것은 인적 구성 때문이다. 전체 직원 16명 가운데 11명이 개발자다. 개발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직접 인공지능(AI)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취향을 파악하는 개인화 AI 기술이 전문이다.
첫 번째 결과물이 2022년 하반기 첫선을 보인 '블럭스'(BLUX) AI다. '당신의 사업에 빛이 돼 주겠다'(Bring Lux to Business)는 영어의 약자인 블럭스 AI는 벌써 20개 넘는 기업에서 사용한다. 회사만큼이나 젊은 이지혁(27)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작지만 알차고 매서운 스타트업의 창업 배경을 들어봤다.
"대학 그만 다녀야죠."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인 이 대표는 창업을 위해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 원래 대로라면 이번 학기에 복학해야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생각이 없다. "자퇴해야죠. 이미 많은 것을 학교에서 충분히 받았기 때문에 전혀 아쉽지 않아요."
학교에서 무엇을 받았는지 물었다. "좋은 사람들이죠. 직원 16명 중 14명을 서울대에서 만났어요."
그는 대학 동아리 친구 4명과 공동 창업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력 구성, 즉 팀 빌딩이다. 그는 운 좋게 같은 학교 친구들을 통해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 그중 한 명은 이 대표 때문에 진로를 바꿨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수석이었던 친구가 개발을 도맡았어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유학 가려고 준비 중인 친구를 1년에 걸쳐 설득했죠."
무엇을 팔아서 설득했을까. "저를 팔았어요. 사람들은 사업 아이템이나 기업의 비전을 보고 인생을 걸지 않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믿음이 가야 진로를 바꾸죠. 친구에게 같이 해볼 만한 도전이라는 확신을 줬죠."
그런데 그 친구는 지금 회사를 떠났다. "혼자서 4, 5명 노릇을 하는 뛰어난 개발자였어요. 그런데 직원이 10명을 넘어서며 관리자 역할이 필요했죠. 그 친구는 관리자를 원하지 않고 계속 개발자로 남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의치 않아 그만두고 유학 갔죠."
"도전하는 삶은 짜릿하다"
이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다. 도전하는 삶이 짜릿하기 때문이다. “저는 불확실성을 선호해요. 3년이나 5년 뒤 모습을 정확히 그릴 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예측 불가능한 삶이 좋죠. 도전이 가장 높은 삶의 가치예요."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부모님 등 집안 영향도 한몫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많이 응원해 주세요. 그래서 자퇴도 말리지 않았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모두 사업가였다. 할아버지는 맨손으로 수산업을 일궜고 아버지는 보안업체를 만든 벤처 1세대다. "3대째 창업가의 길을 걷고 있죠. 창업을 응원해 주신 아버지는 힘들게 키운 회사를 코스닥 상장 전 매각했어요. 그래서 후회를 많이 하셨죠."
그는 주 5일 동안 주말과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일하는 직장인들을 보고 창업 생각이 확고해졌다. "주 5일을 기다리는 데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지 않으려면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확신했죠."
창업 후 그의 삶은 짜릿한 주 6일 근무로 바뀌었다. 휴일 없는 창업자의 삶이다. "힘들지만 짜릿해요. 열심히 일하면 푹 쉴 수 있잖아요. 쉴 때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며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해요."
문제의식에서 사업 아이템 찾아
이 대표는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려고 계획적으로 인턴을 했다. 가장 중요한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 벤처투자사(VC) 크릿벤처스에서 3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VC에서 일하면서 돈의 흐름과 수많은 사업 아이템을 봤어요. 특히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많이 봤죠."
다음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고 중고명품 플랫폼 미스터카멜에서 3개월 인턴으로 일했다. "인턴이지만 프로젝트 책임자(PO) 역할이어서 사업 전반을 볼 수 있었죠." 그렇게 6개월 인턴이 직장 생활의 전부다.
창업 아이템으로 AI를 고른 것은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AI도 결국 수학이다. 문제는 AI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다. 그는 문제를 오히려 기회로 봤다. "사람들이 아직 AI로 돈 벌 방법을 제대로 모르니 그 방법을 제시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죠."
그렇게 찾은 것이 AI 개인화 추천 서비스다. AI로 이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이용자의 행동을 학습해 다음에 어떤 콘텐츠나 상품을 고를지 예측하는 AI를 개발했어요. 이용자가 장바구니에 담았거나 관심 있게 본 상품들이 AI의 학습 재료가 돼요. 따라서 이용자 전체를 한 명씩 각각 분석해요."
"기계적 추천하는 AI는 정답 아냐"
제트에이아이에서 개발한 블럭스 AI는 다른 개인화 추천 AI와 무엇이 다를까. 이 대표는 실시간 추천과 쉬운 사용법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용자가 어떤 상품을 보고 바로 '새로 고침' 버튼을 누르면 이를 반영해 추천 상품이 달라져요. 가장 최근의 취향이 반영되죠. 이용자들의 취향이 자주 변해서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해요."
AI의 적용 방법도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AI도 사용법이 어려우면 외면받는다. 기업들도 적용 방법이 쉬운 AI를 선호한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클라우드를 이용한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블럭스 AI를 제공한다. "AI 엔진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아가고 기업들은 연결용 소프트웨어(API)만 서비스에 붙이면 돼요. 그만큼 적용이 쉽죠.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되면서 최적화(파인 튜닝)와 데이터 학습을 함께 해 AI 엔진이 날로 진화해요."
기업 의도를 반영해 학습시킬 수 있는 점도 블럭스 AI의 숨은 특징이다. "이용자 취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업 의도를 AI 추천에 반영할 수 있어요. 특정 상품이나 이윤이 높은 상품이 노출되게 할 수 있죠."
이렇게 개발한 이유는 AI의 기계적 추천은 정답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AI는 도입 기업의 상황과 지향점을 반영해야죠. 그래야 쓰임새가 있어요."
이를 위해 이 대표는 AI의 추천 방식을 조절하는 메뉴판 기능을 블럭스 AI에 도입했다. "예를 들어 다양성 추천 메뉴를 조절하면 노트북을 찾는 이용자에게 마우스와 패드 등을 보여줘 추가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직관성 추천 메뉴는 노트북 추천 요청을 받았을 때 좀 더 많은 상표와 종류 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죠."
AI 엔진은 직접 개발했다. 오픈AI나 구글, 메타 등 거대 기업들이 만든 AI를 가져다 변형한 것이 아니다.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를 AI에 반영하려면 통제권이 있어야 해요. 외부에서 개발한 AI는 통제권을 가질 수 없어요. 특히 외부에서 개발한 AI는 파인 튜닝에 한계가 있어요."
이런 장점 때문에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생활용품 판매업체 다이소, 패션용품 업체 브랜디, 제약사 GC녹십자 등 20개사 이상이 블럭스 AI를 사용한다. "모두 2주 동안 여러 업체의 AI를 노출시켜서 가장 매출 효과가 좋은 AI를 선택하는 실전 시험인 AB테스트를 거쳤어요."
이용 기업들은 블럭스 AI로 어떤 효과를 봤을까. "고객사의 이용자 숫자가 많을수록 효과가 커요.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인 곳은 추천 상품의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어요."
광고 추천 AI로 세계 시장 공략
차기 서비스는 광고를 추천하는 AI '블럭스 CRM 마케팅'이다. "AI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에 나타나는 광고를 이용자 취향에 맞춰 노출해요. 이용자들은 관심 없는 광고가 계속 나오면 앱을 지워요. 따라서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앱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 서비스는 AI가 스팸으로 인식될 수 있는 광고를 이용자에게 좋은 제안으로 바꿔줘요."
이용자가 좋아하는 표현이나 단어, 노출 시간까지 골라서 내보내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자주 접속하는 시간에 광고를 노출하고 쿠폰까지 개인 취향을 반영해 내보내죠. 같은 회사의 통닭 광고도 노출 문구와 시간, 쿠폰 내용 등이 이용자에 따라 달라져요. 그래야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소음이 되지 않죠."
새로운 AI는 다음 달 정식 공개 예정이며 현재 일부 기업에서 시험판을 사용하고 있다. "주류 판매업체 데일리샷 등 5개사가 시험판을 쓰고 있어요."
이 대표는 두 가지 AI를 통해 연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3억 원이에요. 연초 월 1,000만 원으로 시작한 매출이 연말에 월 4,000만 원으로 올라갔죠. 올해 연 매출 목표는 10억 원입니다."
투자는 누적으로 20억 원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등 여러 벤처투자사에서 받았죠. 올해 새로 투자 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목표는 세계 시장 공략이다. "창업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어요. 올해와 내년에 미국 시장에 도전해야죠. 개인화 추천 AI만으로 세계 시장을 뚫기 어려워 블럭스 CRM 마케팅을 새로 개발했어요. 해외에도 아직 광고 추천 AI는 없어요."
개인적인 꿈을 묻자 '손자가 알 만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업을 해 보니 10년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회사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맞물려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대표가 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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