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직접 일자리가 견인한 고용률
'그냥 쉬는' 30대 8개월째 증가
임금 격차 심화, 기업 채용 축소 등 영향
니트 "적당히 취업해도 평범할 수 없어"
어디든 받아주는 곳에 취업할 순 있겠죠.
그런데 요즘 평범해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차라리 부모님이 날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4년제 국립대 이공계 졸업 김모(33·서울 거주)씨
한 30대 니트(NEET)족의 넋두리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은 30대에서 증가 추세다. 한국 고용시장의 부담이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지난달 고용률이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라는 기록에 가려져 있다. "고용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부의 긍정 평가에 전문가들이 "건강한 고용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따지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고용지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노인 취업자 35만 명 증가, 30대 니트 30만 명
1월 기준 역대 최고 고용률(15세 이상 61.0%, 15~64세 68.7%)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노인 직접 일자리 공급 확대에 따른 고령층 취업 증가다. 전년 동월보다 늘어난 취업자 38만 명 중 35만 명이 60세 이상이다. 게다가 실업자 수는 3개월째 늘어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15~29세, 40대 취업자는 각각 15개월째, 19개월째 뒷걸음질이다.
특히 핵심 노동층인 30대에서 니트족을 포함하는 '쉬었음 인구'가 8개월째 증가해 30만 명을 넘어섰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원하는 일자리가 나타날 때까지 대기하는 청년층과 30대의 경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니트의 호소 "적당히 취업해선..."
왜 이들은 니트가 될까. 4년제 국립대 이공계 전공 김씨는 5년간 니트였다. 하고 싶은 일이 있던 때도 있었지만 부모는 '번듯한 직장'을 원했다. 갈등 끝에 공무원 시험을 쳤지만 몇 차례 탈락했다. 의욕도 없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부모는 "아무 일이나 하지 말라, 대기업·공기업 입사에 시간을 투자하는 동안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부모의 기대를 채우긴 어려웠다.
2년 전 개발 직군에 흥미를 느껴 교육을 받고 구직을 시작했지만 아직 무직 상태다. 기업이 원하는 건 경력자였다. 김씨는 19일 "어차피 집값이 너무 비싸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가정을 꾸리기 힘들 것 같다"며 "적당히 취업해도 평범해질 수 없으니 (일할) 의지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2년제 사립 전문대학을 나온 윤모(36·경기 거주)씨는 영상편집을 공부, 2년간 지상파 방송사 인턴도 거쳤다. 나름 경력을 쌓아 수십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니트가 됐다. 윤씨는 "눈이 높지 않은데 자리가 많지 않다"며 "계속 취업에 실패하다 보니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점점 숨게 된다"고 털어놨다.
잠재성장률 하락 우려... "심각성 직시해야"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 심층조사에서 청년들은 니트가 된 주된 사유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33%)'을 꼽았다. 장기간 쉬는 청년도 2018년 36%에서 지난해 44%로 늘었다. 집값·물가 상승에 임금 격차 심화, 기업 채용 축소 등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2021년 중소기업 평균 소득은 대기업 절반도 안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니트 증가·장기화는 청년 재능·잠재력 사장, 부모 세대 부담 가중, 사회적 비용 유발, 노동투입량 감소 등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질 좋은 일자리 공급이 위축되고 중간 일자리 수준이 떨어지면 청년은 고용시장 바깥 선택지를 모색하게 된다"며 "심각성을 직시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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