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대만 등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 확장을 위해 밀착 협력하며 달리고 있는 반면, 우리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강국 위상 회복을 위해 대만 TSMC와 손잡고 추진한 구마모토현 TSMC 파운드리 공장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공사로 5년 공기를 20개월로 단축해 오는 24일 준공된다. TSMC 공장 유치와 조기가동을 위해 일본 정부와 지자체, 소니 등 일본 합작기업들이 총력전을 펼친 결과다.
일본과 TSMC는 올해 하반기부터 범용 반도체를 양산할 이번 구마모토 제1공장에 이어, 5나노급 생산 제2공장과 최첨단 제품인 3나노급 생산 제3공장을 잇달아 착공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1ㆍ2공장을 합쳐 총 1조3,700억 엔(약 12조1,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TSMC의 파운드리 노하우와 일본의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결합시키는 이번 협력으로 40나노급 수준에 머물렀던 일본 반도체 생산능력은 단숨에 한국 대만 등과 어깨를 겨루게 된다.
TSMC는 미국 오픈AI의 AI 반도체 독자개발 선언에 따른 글로벌 협력에서도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AI 반도체 독자개발에 총 7조 달러(약 9,300조 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파운드리 공장 10개를 신설해 시스템반도체 생산 노하우가 우위인 TSMC에 운영을 맡긴다는 구상을 내놨다. 물론 그 경우, 삼성과 SK 등 우리 기업 역시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오픈AI의 물량이 TSMC와 인텔 등으로 치우칠 경우, 타격을 받을 위험이 크다.
우리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ㆍ협력체인 ‘칩4동맹’ 합류가 일본 대만에 비해 다소 지체됐다. 그 탓인지 동맹국 기업 간 반도체 협력도 다른 3국에 비해 긴밀하지 않은 기류가 있다. 와중에 미국은 최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보조금을 인텔에 우선 지급 방침을 흘리는 등 자국기업 우선주의로 칩4동맹을 되레 흔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로서는 자칫 칩4동맹 허울만 쓰고 정작 실질협력에선 소외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둘러 정부와 민간의 반도체 외교를 정비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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