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 변론기일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안동완(53·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검 차장검사가 "저와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안 차장검사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유씨를 기소한 건 허위 진술 발견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기 때문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통상적 내부 결재를 거쳐 처리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법원이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공소권 남용이라고 법적인 평가를 달리했을 뿐인데, 이를 토대로 '보복 기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의혹 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것을 법원이 달리 판결했다는 게 탄핵 사유라면 어느 검사가 소신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안 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 측은 '유씨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라는 하급심 법원과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토대로 안 차장검사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또 "징계 시효가 이미 지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안 차장검사를 불기소했다"며 "안 차장검사가 공소권 남용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상황을 종합하면 탄핵으로 얻는 이익은 매우 크다"고 탄핵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변론기일엔 유씨도 직접 참관했다.
2013년 검찰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던 유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국정원에 의해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유씨 혐의 자체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고, 유씨는 간첩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에 재직하던 안 차장검사는 탈북자 정보 유출과 별도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유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유씨는 이미 이 혐의로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이를 감안한 법원은 유씨 기소를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최초 사례였다.
국회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안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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