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재 의식한 듯 "얼굴 찍지 말아달라"
100명 넘게 참석해 5시간 마라톤 회의
비대위원장 선출 예정... 회의 결과는 함구
"저희가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어서요. 얼굴이나 명패 촬영은 삼가주시면 좋겠습니다."
20일 낮 12시,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전국 주요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건물에 속속 모여들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선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하러 온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참석자들의 신상 보호를 이유로 연신 취재진에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전협은 이날 의협회관에서 집단사직 후 처음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앞서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대전협과의 논의를 거쳐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19, 20일 양일간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됐다. 박 회장은 이날 총회에 대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총회는 수련병원 대표 100여 명과 모니터링 요원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참석자들은 총회 결과에 대해 함구했다. 대전협 관계자는 회의가 끝난 뒤 "성명서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회의 결과를 발표하겠다"고만 밝히고 자리를 떴다.
회의 시작 전 취재진과 만난 전공의들은 "결국 환자와 한국 의료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의대 증원 반대를 호소했다. 한 전공의는 "우리도 환자를 두고 나온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며 "만에 하나 사직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부의 겁박 때문이 아니라 환자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학생 증가에 따른 의대 교육 질 저하를 우려했다. 그는 "지역병원은 환자 수가 많아서 업무는 많은데 실제 배우는 건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데 정원만 늘린다면 배우는 것 없이 전문의가 되는 의사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언한 집단행동 전공의 처벌책에 법적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대표는 "업무개시명령과 집단행동교사금지명령을 받았지만 법률 자문 결과 아무 효력도 의미도 없다고 들었다"며 "아무리 정부라도 강제노역을 시킬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회의 초반에는 기성 의사 단체인 의협 비대위원들이 참석해 전공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내용을 존중하고 함께할 것"이라며 "법률 지원 관련 논의도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협 대표가 의협 비대위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박단 회장이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