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항만시설 사이버보안 행정명령
국토부 통제 강화… 미국 내 생산 확대
미국 항구에서 중국산 항만 크레인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스파이 도구’ 활용 가능성을 걱정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이버 보안 통제 강화에 나서고 자국 내 장비 생산 규모도 늘리기로 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 산하 해안경비대에 미국 항만의 네트워크 및 시스템을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해안경비대는 사이버 위협으로 인지했거나 의심되는 선박의 이동을 통제하고 미국 사이버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선박과 시설을 점검·수색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행정명령은 해킹 같은 사이버 위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항만 소유자나 운영자가 당국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조처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자국 내 항구마다 설치돼 있는 중국산 ‘STS(Ship To Shore) 크레인’을 대상으로 사이버 위협 가능성 조사에 착수했다. STS 크레인은 화물을 선박에 싣거나 부둣가에 내릴 때 사용하는 장비다. 여기에 부착된 센서로 중국 정부가 일반 화물은 물론 미국 작전 수행에 필요한 군사 물품 배송 정보까지 수집·감시·통제할 수도 있다는 게 미 정부의 의심이었다. 중국산 크레인이 ‘트로이 목마’에 비유되기도 했다. 1년 만에 대책이 마련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전화 브리핑에서 “이들 크레인은 설계상 원격으로 서비스·프로그램 제어가 가능해 악용에 취약할 수 있다”며 “미국의 항만에서 사용되는 크레인의 80% 정도가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핵심 기반시설을 방해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현재 미국 항만에 있는 200여 개 중국제 크레인의 절반 수준인 92개 크레인을 조사해 사이버 위협을 평가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교역량의 90% 이상이 항구를 거쳐 가는 만큼 물리적 공간이든 사이버 공간이든 해양 운송체계에 교란이 일어나면 미국과 세계 공급망에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행정명령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항만 크레인 제조 기반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미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백악관은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에 일본 기업 미쓰이 E&S의 미국 자회사인 페이스코가 미국 내 크레인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 중국산 크레인의 교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안전에 초점을 맞춰 새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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