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도 후임을 지명하지 않았다. 전례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22일 “법 개정 전이라도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4월 총선을 겨냥한 ‘여가부 고사’ 작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인 여가부 폐지는 국회 법 개정 사안이다. 그래서 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에 막혀 아무런 진전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이날 입장은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 여가부 폐지는 더 요원해질 수도 있다. ‘장관 없는 부처’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질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폐지 대상’이 된 여가부는 부침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이자 마지막 장관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던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잼버리 논란’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후임 장관에 지명된 김행 전 후보자가 중도 낙마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드라마틱한 엑시트(exit)’라는 그의 발언만 남고 달라진 건 없었다.
이후 5개월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서야 김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여가부를 차관 체제로 바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다음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고쳐 여가부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들은 각 부처로 재이관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신영숙 차관이 조직 개편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여가부의 기능을 타 부처로 이관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타 부처 실·국장급 인사들과 업무교류를 하며 여가부 폐지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 김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하다. 야당은 여가부 폐지 공약에 반대 입장을 못 박은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부조직법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사이 여가부는 내내 ‘차관 부처’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존속해야 한다. 이에 야권은 “대선 때처럼 2030 남성 표심에 호소하기 위한 총선 전략”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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