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마스 공격에 UNRWA 직원 연루"
미 국가정보위원회 "타당하나 검증 불가"
"이, 의혹 근거 원자료 제공 안 해" 논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에 유엔 직원들이 연루됐다던 이스라엘 주장을 반박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타당해 보이되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는 보도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일부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은 '다수의 유엔 직원들이 무장 단체(하마스)와 연계됐다'는 이스라엘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다"는 정보기관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는 지난주 약 4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UNRWA 직원 일부가 지난해 하마스 공격에 연루됐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주장은 타당해 보이지만 자체 검증을 하지 못해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 정부 내부 자료로만 활용됐다.
앞서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2명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했다는 정보기관 보고서를 지난달 미국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는 UNRWA 직원들이 하마스 지령에 따라 △이스라엘인 납치 △하마스 대원들에게 탄약·차량 제공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 학살 관여 등 공격에 일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보고서는 가자지구 내 UNRWA 직원 1만2,000명 중 10%에 이르는 1,200여 명이 하마스 또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와 연관됐다고도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스라엘 보고서를 두고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지난달 26일 UNRWA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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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보도로 미국 내 '신중론'이 확인된 셈이다. WSJ는 "(NIC 보고서가)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의 공개 성명보다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더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NIC가 'UNRWA 직원 12명이 하마스 공격에 연루됐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의심하거나 반박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발표 후 자체 조사에 돌입한 유엔도 지목된 직원 12명 중 사망자, 신원불명자를 제외한 9명을 해고했을 정도로 이스라엘 측 주장을 인정했다. WSJ도 "UNRWA 직원 대다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며 "일부는 무장 세력에 공감 또는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 직원의 '하마스 유착'은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은 이런 의혹을 직접 검증하지는 못했다. 특히 UNRWA 직원 중 10%가 하마스에 연루됐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이 주장의 근거가 된 원자료를 미국에 공유하지 않아 사실 검증이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과 백악관, 국무부는 이에 대한 WSJ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공세를 꺾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공격을 강화했다"며 라파에서 일가족 12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대 우방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 작전 중단은) 전쟁에서 지자는 것"이라며 국제사회 비판도 무시하는 등 강공 노선을 접지 않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강간위기센터협회(ARCC)는 보고서를 통해 하마스의 전시 성폭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ARCC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하마스가 체계적이고 의도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며 "이는 개별적, 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전쟁) 운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는 집단 성폭행, 무기 위협을 동원한 성폭행, 신체 훼손 등 잔혹하고 폭력적인 성폭력 사례가 담겼다. 하마스의 전시 성폭력은 지난해 말부터 영국 BBC방송, 미국 뉴욕타임스 등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됐고,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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