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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원 코인 운용인력이 달랑 1명? 하루인베스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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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원 코인 운용인력이 달랑 1명? 하루인베스트의 민낯

입력
2024.02.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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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인베스트 경영진 4명 재판에
직원 대부분이 홍보·디자인 업무
고객·회사 코인 같은 지갑서 관리

서울남부지검 전경. 뉴스1

서울남부지검 전경. 뉴스1

"가상자산(코인)을 예치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최고 연 16% 이자를 약속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위험 투자'를 홍보하며 1만 6,000여 명의 피해자에게 1조 원 넘는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하루인베스트(가상자산 예치 플랫폼) 운영진이 재판에 넘겨졌다. 마치 은행인 것처럼 '뱅크'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던 하루인베스트는, 알고 보니 한두 명 인력으로 1조원 대 자산을 굴리는 등 운용 능력이 사실상 없었음에도 전문 업체 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하루인베스트 플랫폼 운영사 공동대표 A(44)·B(40)씨와 사업총괄대표 C(40)씨를 구속기소했다. 같은 업체 최고운영책임자 D(38)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하루인베스트에 코인을 예치하면 '무위험 고수익' 운용을 통해 업계 최고 수익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1조 4,000억 원 상당의 코인을 예치한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D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회사 자금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3억 6,843만 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횡령)도 받는다.

검찰은 하루인베스트가 '무위험 차익거래'와 '분산 투자'를 내세워 코인의 시장 가격 등락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홍보하면서 1만 6,347명의 고객으로부터 코인을 끌어 모은 것으로 판단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연리 최대 16% 보장 등의 약속을 걸고 '하루뱅크' 등의 이름으로 금융기업 행세를 했지만, 실제로는 고수익을 노린 '몰빵'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은 5,034명, 외국인은 1만 1,313명이었다.

코인 운용능력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들에게 전문가팀을 보유한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 직원은 웹디자인·홍보·인테리어 등 고객 유인 업무에 집중돼 있었다. 코인 운용 담당 전문 인력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기본적인 회계 시스템조차 없어 손익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코인과 회사 코인을 구분 없이 1개 코인지갑에 보관했으며, 위험성이 다른 예치상품을 구분하지 않고 운용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19년부터 자본잠식이 시작됐고, 일당은 고객 코인을 운영비 등에 사용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피고인의 변호인들과 피해 회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향후 수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회생 절차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루인베스트 사건은 지난해 7월 출범한 검찰의 첫 가상자산 범죄 전담 조직인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의 1호 사건 중 하나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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