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경기도 등 17억 배상 판결 파기
방화문 닫힘장치 조사의무 있었나 핵심
시공사·감리사 등만 손해배상 부담할 듯
5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사고'에서, 당시 소방공무원들의 시설 조사를 책임지던 경기도가 사고 유족들에게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법령으로는 소방공무원들이 화재 때 방화문을 자동으로 닫는 장치(도어클로저)를 사전에 조사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이 경기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8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월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입주민 5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유족들은 '경기도의 허술한 소방특별조사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당시는 소방공무원 신분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2020년)되기 전이라, 광역자치단체에 관련 책임이 있었다.
유족 측은 의정부소방서 소속 공무원들이 2014년 10월 조사에서 이 아파트 3~10층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은 걸 적발하고도 제대로 시정조치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삼았다. 화재 발생 당시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은 방화문을 통해 불이 건물로 번져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공무원들은 이후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벌금 100만 원을 받았다.
하급심은 소방공무원 등이 특별조사에서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보고, 경기도와 아파트 시공사 및 감리사 등이 줘야 할 배상금을 17억여 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경기도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재판부는 "(도어클로저는) 옛 소방시설법령에 따라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라, 조사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항목"이라고 판단했다. 특별조사 당시 조사항목에는 방화시설의 설치·유지·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아, 소방공무원이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더라도 직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확정되면 배상금은 경기도를 제외한 아파트 시공사와 감리사 등이 공동으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방대상물에 대한 소방특별조사의 조사항목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설명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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