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을 김일성과 비교하고
정부 정책을 성범죄에 비유하기도
'무개념' 발언 줄잇자 국민 등 돌려
의사들의 '막말'이 연일 도마에 오른다. 장관을 김일성과 비교하거나 정부 정책을 성폭력에 비유하는 극단적 표현까지 나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맞선 자신들의 강한 의지를 피력하겠다는 의도겠지만, 비상식적 내용과 도 넘은 표현 탓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국민 감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스스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선 넘은 발언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한 이달 6일부터 본격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갈등 초기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비속어를 사용하는 등 그 수위가 아슬아슬했다.
경남도의사회는 7일 성명서에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향해 "의료를 하향평준화시키는 쓰레기"라며 "참으로 무식하고 용감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12일엔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정부는 양아치 정부"라며 "보수정권이라고 생각했는데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는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향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조규홍(복지부 장관) 말을 믿느니 김일성 말을 믿겠습니다"라거나 "(박민수 복지부 차관의) 금쪽같은 따님이 올해 고3이었구나, 그런 거였구나"라며 박 차관이 자녀 진학을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근거 없이 제기했다.
전공의 파업 등 의료계 단체행동을 앞두고는 "환자 위에 의사 있다"는 고압적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국민들이 의사들에게 등을 돌리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료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며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지만,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궤변을 쏟아냈다.
한 전공의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 규탄 궐기대회에서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17일 집회에선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가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 늘리자고 동의했냐"며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지 않냐"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정신 차려, 민수(복지부 차관)야"라며 "너 내 후배들 다치게 하면 책임지고 니 옷 벗길 거야"라고 일갈했다.
지역 비하 발언도 잇따랐다. 주 위원장은 지역 중심의 의료 인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국민의 생활·문화 수준)"라고 했다가 사과했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환자들이)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의사들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12월 소아과 오픈런 현상에 대해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막말이 끊이지 않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중하자"는 성토가 새어 나온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사란 지식인이자 전문직을 대표하는 직업인데, 공식 행사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환호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대통령실 앞 집회 주최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일부에서 지나친 발언으로 여론을 더 등지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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