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민 엄마' 표현 대신 'K-엄마' 등장
달라진 시대상 적극 반영한 부모 캐릭터들
K-아빠 부재 이유는?
해외에서 국내 드라마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식 가족 정서에 푹 빠진 마니아 층이 생겼다. 급기야 외국 팬들 사이에서 K-엄마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꼭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엄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닥터 슬럼프'에서도 엄마는 인물의 감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도 강지원(박민영)과 정수민(송하윤)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미치는 여파가 컸다. 물론 강지원과 정수민의 엄마는 악역으로서의 역할이었으나 스토리 흐름상 빠져선 안 되는 인물이었다. 주로 한국 콘텐츠에서 엄마는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집안일을 하고 희생의 아이콘처럼 자식을 위해 사는 이로 묘사되지만 무조건적으로 선인으로 나오진 않는다. 때로는 누구보다 매정한 것이 엄마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가족드라마에서 종종 목격하기도 한다. '남남'과 '닥터 차정숙'이 그 예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들이 적지 않다. 나문희 고두김 김해숙 여기에 원조 국민 엄마 김혜자도 있다. 최근 김미경이 '웰컴투 삼달리'로 국민 엄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관련 정덕현 평론가는 본지에 "이전에 우리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국민 엄마', '국민 아빠'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최근 K-콘텐츠 열풍이 불면서 K-엄마라는 수식어가 나오게 됐다. 과거 전통이 중요시됐던 시대의 가족드라마는 당대를 대표하는 엄마와 아빠가 나왔는데 최근 의미가 달라졌다. K-엄마가 갖고 있는 가치관이 '국민 엄마'와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자연스럽게 K-아빠는 없을까. 그나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광우(전배수)가 희미하게 떠오르지만 통상적으로 엄마 캐릭터가 아빠보다 강렬한 것이 사실이다. 주로 엄마의 부재가 아빠의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로 직결된다.
콘텐츠 속 엄마 캐릭터가 아빠보다 부각이 된 이유로는 현실 속 아버지의 역할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IMF 이후 아빠의 역할이 축소됐다. 가부장적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깊어졌고 그런 역할을 드라마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다. 최근의 드라마 속 아빠들은 대부분 뒤로 물러나 있다. KBS에서 방송 중인 가족 드라마에서도 아빠들은 확연히 자신의 목소리가 없어졌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전면의 이야기는 엄마인 김해숙이 이끌고 아빠는 잘 안 보인다. 이는 달라진 아빠의 역할을 담은 것"이라고 바라봤다.
각자의 삶이 더욱 중요해진 현 시대에서 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부모와의 관계성은 축소됐다. 가족 드라마가 계속 사라지고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갈등을 극복하는 장르물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시청자들이 가족의 갈등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더욱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드라마 속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아빠가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이상향적인 부모의 상이 있었으나 최근의 엄마와 아빠 캐릭터는 기존 가부장적 체계에서 확실히 다르다"면서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남남' 안재욱 캐릭터가 독특하다. 딸의 입장이나 연인의 입장을 다 수용한다. 그것이 새로운 가족 형태의 아버지상이다. 대부분의 아빠 캐릭터와 달리 핏줄, 혈육에 강조하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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