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 앞두고 임신중지권 이슈 재점화
"트럼프·공화당, 판결 여파 억제하려 안간힘"
냉동 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한 미국 앨라배마주(州) 대법원 판결을 놓고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체외수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 생식권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을 흔들 수 있는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진화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엄마와 아빠들이 아기를 갖는 것을 더 쉽게 만들고 싶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며 "여기에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IVF(체외 인공수정) 같은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난 소중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커플들이 IVF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앨라배마주 의회가 IVF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즉각적인 해법을 신속히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지난 16일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초 '배아는 생명으로 볼 수 없다'고 했던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처럼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배아를 만들어 냉동 보관한 뒤, 임신 성공 시 폐기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형사 기소 우려에 미국 내 상위 20대 병원에 속하는 버밍엄병원을 비롯해 시험관 시술을 중단하는 병원이 실제로 등장했다. 향후 보수색이 짙은 다른 주가 앨라배마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도 크다. 전미난임협회에 따르면 매년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은 수백만 명인데, 이들 가운데 6명 중 1명은 시험관 시술을 이용한다.
특히 이번 판결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폭발력이 큰 이슈인 임신중지 문제로도 번졌다. 여성 생식권을 옹호하는 입장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스스로와 자기 가족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무시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2022년 임신중지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여성 생식권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자, 민주당은 이를 진보 성향 지지층 결집에 활용해 왔다. 반대로 이미 2022년 중간선거에서 낙태 문제로 패배한 경험이 있는 공화당으로선 대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앨라배마주 대법원 판결의 여파를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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