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에 밀려난 필수의료 대책
政 "선 복귀, 후 논의" vs 醫 "2,000명 철회부터"
좁아진 '개원 길'이 반발 핵심 지적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불붙은 의정(醫政) 갈등 속에 애초 목적이었던 필수의료 개혁 정책도 표류하고 있다.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마저 거부하고,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추가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의대 정원 문제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어렵게 수면 위로 올린 필수의료 정책까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끝없는 평행선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1일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 △보상체계 공정성 △의료사고 안전망 △지역의료 강화 방안이 담겼다. 이 중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세부계획의 하나가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이다. 필수의료 건강보험 수가(의료행위 대가) 인상을 위해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 이상 투입,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지역별 차등수가 적용 및 의대 증원 인원 비수도권 집중 배정 등도 제시했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을 필수의료 개혁이란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일부로 보지만 의협은 선후가 바뀌었다고 일축한다.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 제도부터 고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세부 계획인 개원면허 단계적 도입,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등에 대해서는 "논의한 적도 없는 일방적 정책"이라고도 주장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의 구체적인 방안을 의사 단체 등과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지만 지난 20일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두고 의정이 대치하며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의협은 25일 오후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 뒤 내놓은 결의문에서도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과 일방적인 의대 2,000명 증원 중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국 의대 정원 문제가 필수의료 정책 추진을 위한 선결 조건이 됐어도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물론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이날 "2,000명은 계속 필요 인원"이라며 절충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의협은 "2,000명을 고수하면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필수의료 정책 '전면 반대' 의사들 속내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핵심이 향후 개원에 영향을 미칠 개원면허 단계적 도입과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등에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금은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일반의로 개원이 가능하지만 개원면허가 도입되면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하고,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 진료하는 혼합진료가 제한되면 기대수익 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의사 단체가 처음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일부 환영 뜻을 밝혔다가 전면 백지화로 돌아선 이유도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협은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에 미달해 비급여 진료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며 "혼합진료를 제한하면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아예 비급여 시장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원면허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고, 혼합진료도 전면 금지가 아니라 정형외과 물리치료에 도수치료를 끼워 넣는 등 불필요한 진료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의사들이 장기적인 영향을 우려한다는 게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비급여는 추가로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인데 이를 제한하려는 정책에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비급여 진료 중 환자 치료에 필요한 진료는 급여화를 하자고 주장하는 게 상식 아니냐"며 "혼합진료 금지에 반발하는 건 제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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