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도륙 청년 폴의 성장 초점
1편 이어 시각적 즐거움 가득
정치적 음모에 가족사 비밀까지
가족이 도륙을 당한다. 경쟁 가문의 음모 때문이다. 겨우 살아남은 자손은 남다른 자질을 지녔다. 그는 황량한 지역을 떠돌며 복수를 꾀한다. 생각지 못한 조력자들이 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조련을 해 경쟁 가문에 맞서게 된다.
영화 ‘듄’ 시리즈의 이야기 줄기는 낯설지 않다. 보편적인 영웅 서사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흔해빠진 복수극은 아니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의문이 해소되는 동시에 물음표가 새로 생성된다. 익숙하지 않은 장대한 볼거리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종족 프레멘의 생활 방식이 눈길을 끌고, 사막 생명체가 시선을 잡는다.
눈과 뇌가 즐거운 165분
‘듄: 파트2’는 먼 미래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주인공 폴(티모테 샬라메)이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듄’ 1편(2021)에서 그의 가문 아트레이데스는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워큰)와 경쟁 가문 하코넨의 협잡으로 멸문에 이른다. 폴과 그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는 프레멘에 합류해 반전을 모색한다. 프레멘의 지도자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는 폴을 종족의 전설 속 구세주 ‘리산 알 가입’으로 단정한다. 프레멘 무리는 반신반의하나 폴은 스틸가의 기대에 부응한다. 아들을 영적인 군사 지도자로 키워내려는 레이디 제시카의 야심이 더해지고, 폴을 제거하려는 하코넨 가문의 위협이 이어지며 영화는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볼거리들이다. 매 장면이 명장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화면마다 공을 들였다. 여느 SF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이 이어진다. 프레멘이 거대한 ‘모래 벌레’를 이용해 이동하는 장면이 특히 장쾌하다. 폴이 하코넨 가문의 새 후계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와 일대일로 대결을 펼치는 모습 등 액션 장면이 여럿이기도 하다.
볼거리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여러 인물들의 교류와 배신, 집단 간의 대립과 음모가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폴은 어머니와 함께 가문의 복수를 향해 질주하면서도 프레멘 종족의 여인 챠니(젠데이아 콜먼)와 달콤한 시간을 나눈다. 폴의 사랑은 순정한 듯하나 프레멘의 영웅으로 거듭나면서 배신을 예고하기도 한다.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여성 초능력 집단 베네 게세리트의 음모가 끼어들고, 폴의 숨겨진 가족사가 드러나는 장면에선 반전의 묘미가 있기도 하다. 상영 시간 165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눈과 뇌가 즐겁다.
액션도 되는 샬라메 열연 눈길
배우들의 호연 속에서 티모테 샬라메의 연기가 특히 빛난다. 샬라메는 지난달 개봉한 ‘웡카’에서는 노래와 춤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 반면 ‘듄2’에서는 화려한 액션으로 시선을 잡는다. 필리핀 전통 무술 칼리를 수개월 동안 익힌 결과다.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딴판인 모습이라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의 동명 소설(1965)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편은 국내에서 164만 명이 봤다. ‘듄친자(듄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열성 팬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4억3,480만 달러(약 5,790억 원·추정 제작비는 1억6,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흥행 성적이다. ‘듄2’의 제작비는 1억9,000만 달러(약 2,530억 원)로 추정된다. 1편에 이어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빌뇌브 감독은 ‘듄’ 시리즈를 3편으로 끝낼 계획이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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