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간선도로변 등 중심지에 공급
만 40세 이상 중장년 최장 10년 거주
서울 관악구 대학동(신림동)의 고시촌 원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월세로 60만 원 가까이 내고 있다. 가까운 역까진 걸어서 20분이나 걸리는 데다 시설도 열악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지만 보증금과 월세 부담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런 A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시는 26일 역세권과 병원 등 교통ㆍ편의시설이 발달된 핵심지역에 주변 원룸 월세의 50~70% 수준인 ‘1인 가구 공유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시는 고시원 같은 낙후된 공유주택이 아닌 세탁실ㆍ게임존ㆍ실내골프장 등을 갖춰 휴식과 여가를 함께 누리는 복합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A씨는 “반값 월세에 주방과 식당, 게임존까지 있다면 당장 이사 갈 것”이라며 “여자 입장에서 퇴근길마다 무서웠는데 역세권 공유주택이라면 꼭 살고 싶다”고 했다.
주거는 개인 공간, 주방·식당·세탁실은 공유
1인 가구 공유주택은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주방과 식당, 세탁실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개념이다.
주거 공간의 경우 ‘임대형 기숙사’ 법적 최소 면적(9.5㎡ 이상) 대비 20% 넓은 12㎡ 이상의 개인실을 확보하고, 높은 층고(2.4m 이상)와 넓은 복도(폭 1.5m 이상)로 개방감을 확보했다. 공유 공간은 △식당ㆍ세탁실ㆍ운동시설 등 기본생활공간 △택배보관실ㆍ입주자지원센터 등 생활지원시설 △작은도서관ㆍ회의실 등 커뮤니티공간 △게임존ㆍ펫샤워장ㆍ공연장 등 총 4가지 유형으로 조성된다.
주거 공간 임대료는 주변 원룸 시세의 50~70%로 공급하고, 공유 공간은 입주자가 선택해 사용한 만큼만 내면 된다. 주차장 개방과 특화공간(게임존ㆍ실내골프장 등) 운영에서 얻는 수익을 보태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도 줄인다. 공급 대상지는 역세권(역 주변 350m 이내), 간선도로변(50m 이내), 의료시설 인근(병원 350m 이내)에서 선정한다. 이용 대상 자격과 기한은 만 19~39세의 경우 6년까지 거주하고, 만 40세가 넘은 중ㆍ장년 이상은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다. 입주자가 전세사기를 걱정하지 않도록 안전한 임대보증금 관리를 위해 임대사업자 ‘주택임대관리업’ 등록을 의무화한다.
이 같은 1인 가구 공유주택 공급이 가능해진 건 ‘1인 1실’ 기준 20실 이상 임대, 공동 취사시설 이용 가구가 전체의 50% 이상일 경우 임대형 기숙사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난해 ‘임대형 기숙사’ 제도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임대형 기숙사는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도시형생활주택보다 규제가 적어 높은 사업성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가령 아파트는 주차공간의 경우 전용 60㎡ 초과 1가구당 1대가 의무인 반면, 임대형 기숙사는 전용 200㎡당 1대로 훨씬 낮다.
시가 1인 가구 공유주택 공급책을 마련한 건 서울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 비중이 37%까지 늘어나서다.
시는 2030년까지 1인 가구 공유주택 수요가 1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엔 약 7,000실에 불과하다. 이에 4년 안에 2만 실을 공급하겠단 방침이다. 현재 동대문구와 중구에서 1,000여 실 규모의 1인 가구 공유주택 건설 협의가 진행되는 등 올해에 약 2,500실 규모의 사업이 승인될 걸로 예상된다. 한병용 주택정책실장은 “1인 가구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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