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태국·미얀마+캄보디아 접경지역 '특별여행주의보'
우리 국민 피해, 2022년 4건서 지난해 94건으로 늘어
쿠데타 및 민간 자치행정으로 구조작업 어려워
피해 신고해도 구조까지 3~4주 소요…"고수익 미끼 조심"
"라오스 경제특구에 있는 가상화폐 회사입니다! 채굴 업무를 할 인력을 구합니다. 월 4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고 항공료와 숙식까지 제공합니다! 텔레그램 아이디: *****"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 취업사기 공고문 재구성
정부가 태국·라오스·미얀마 접경지에 위치한 이른바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수위를 대폭 상향했다. 최근 이들 지역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 여행 금지는 물론 진입 경로를 원천 차단, 사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기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한 해외 취업 사기 유혹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외교부와 경찰은 3월 1일부터 이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주요 진입 경로인 태국 북부와 라오스 국경검문소 2개소(치앙센·매싸이)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도 '특별여행주의보'(2023년 8월 1일),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2023년 11월 24일), '여행경보 4단계(여행 금지)'(2024년 1월) 등으로 경보 수위를 올려왔다. 여행 금지 지역을 고의적으로 무단 방문할 경우 여권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산악지대를 잇는 삼각지역이다. 고질적인 무정부 상태와 내전, 부패 등으로 인신매매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일삼는 업체가 기승을 부리는 곳으로 악명 높다. 골든트라이앵글은 1980년대에는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였는데, 오래전부터 세계적 '무법지대'였던 셈이다.
지난해 골든 트라이앵글 취업사기 피해 94건…지난 1월에는 38건 피해 접수
이번 조치는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해외 취업 사기 사건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든트라이앵글은 우리 국민이 취업 사기를 당하는 핵심 지역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이 일대에서 감금 및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국민은 각각 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9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1월 한 달 사이에만 38명이 피해 신고를 했다. 이들 중 다수는 '2030 남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피해자는 대부분 미얀마와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 내 불법업체들이 국내 인터넷 등에 유포한 공고문을 보고 취업 지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어 가능자, 정보기술(IT) 전문가 우대, 고수익 보장 등을 내걸고 유인을 한 뒤 해당 지역으로 데려가 보이스피싱, 코인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등 각종 범죄에 가담할 것을 강요하는 식이다. 여권을 미리 수거해간 업체로 인해 사실상 감금상태에 놓였다. 범죄 가담을 거부한 이들은 감금·폭행·성폭행 등의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얀마는 내전·라오스는 '중국 갱단에 먹힌 특구'…한번 들어가면 구출 어렵다
이들 지역의 취업 사기가 보다 심각한 이유는 사실상의 감금 상태인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자체가 워낙 무법지대인 데다 미얀마의 경우엔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우리 정부는 현 미얀마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우리 국민이 실종되면 당장 미얀마 군사정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미얀마 군사정권은 저항세력 진압에 몰두하고 있어 교섭이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얀마 취업 사기 피해자 19명을 구출하는 데는 약 4주의 시간이 필요했다.
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해당 지역은 중국 업체 주도의 자치위원회가 특구 내 행정권한을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중국 카지노 그룹인 킹스 로망스가 99년간 부지를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 등을 건설하면서 치안을 포함한 모든 행정을 사실상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18년 킹스 로망스 회사를 소유한 자오 웨이 대표를 '초국가적 범죄조직'을 운영하는 갱단 두목으로 지목, 그와 킹스 로망스 등을 마약 밀매, 인신매매, 야생동물 밀매 등의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에서 우리 국민 피해 사례가 접수될 경우, 정부는 일단 라오스 공안이 킹스 로망스 업체 등 중국 자치위원회에 통보해 출입 및 조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중국 자치위원회 경비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국민 구출이 어렵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 경제특구에서도 취업 사기가 빈번해지고 있는데, 이곳 역시 쉬아이민 KBX 투자그룹 회장 등 중국 불법 도박단으로 지목된 인사들이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도 취업 사기 극성…"인터폴과 수사공조 체계를"
경찰청 관계자는 "일단 우리 국민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현지 치안당국 등과 핫라인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도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외교부도 경찰과 협력해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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