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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0에 숙식 보장"...믿고 동남아 갔다 휴대폰 여권 뺏기고 보이스피싱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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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0에 숙식 보장"...믿고 동남아 갔다 휴대폰 여권 뺏기고 보이스피싱 강요

입력
2024.02.28 19:30
수정
2024.02.28 20: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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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숙식 제공 미끼로 2030 한국인 유인
현지 도착하면 폰 빼앗고 이동 못하게 해
우리 국민 피해, 2022년 4건서 지난해 94건으로 늘어
정부, 여행 경보 단계 격상했지만
쿠데타 및 민간 자치행정으로 구조작업 어려워
신고해도 구조까지 3~4주 소요

동남아 골든 트라이앵글 특별여행주의보. 강준구 기자

동남아 골든 트라이앵글 특별여행주의보. 강준구 기자


"라오스 경제특구에 있는 가상화폐 회사입니다! 채굴 업무를 할 인력을 구합니다. 월 4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고 항공료와 숙식까지 제공합니다! 텔레그램 아이디: *****"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취업사기 공고문 재구성

4년째 무직인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네이버 밴드에서 구인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별다른 이력 조건 없이 월 400만 원 급여에 숙식까지 보장한다는 내용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열심히 일만 하면, 대출금도 금방 갚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A씨는 곧바로 모집책에게 연락을 취했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30대 남성 B씨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텔레마케팅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미얀마까지 가야 한다는 게 맘에 걸렸지만 월 1,000만 원에 항공권과 숙식 지원을 해준다는 내용은 뿌려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들 꿈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휴대폰과 여권을 뺏긴 채 보이스피싱, 코인투자 사기 등 각종 범죄 행위만 강요받았다. 이동은 제한됐고, 폭행이 가해지기까지 했다. 숙소도 업체 직원들과 2인 1실 또는 3인 1실로 써야 했고, 일할 때 빼고는 계속 감시를 당했다. 월급도 약속한 액수보다 훨씬 적었다. 결국 가족들에게 메신저로 구조를 요청했고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구출될 수 있었다.

'경제적 지위 상승'의 꿈꿨던 동남아행…현실은 폰·여권 뺏기고 감금

28일 외교부와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처럼 동남아 지역에서 감금 및 취업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우리 국민은 지난 1월 한 달간 38명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4명에서 지난해 94명에 이어 올해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2030 남성'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애플리케이션(앱) 광고 등의 해외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글을 믿고 지원했지만,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업체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거나,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관리하는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여성 피해자들은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했다고 한다.

외교부 등은 이들 사기 범죄가 대부분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산악지대를 잇는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 일대에서 벌어졌다고 밝혔다. 골든 트라이앵글은 고질적인 무정부 상태와 내전, 부패 등으로 인신매매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일삼는 업체가 기승을 부리는 곳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1980년대에는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였다.

골든 트라이앵글, 한번 들어가면 구출 어렵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불법 취업 사기 공지. 네이버 밴드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불법 취업 사기 공지. 네이버 밴드

외교부 등은 이들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경우 피해 구제가 매우 어렵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사관 영사의 방문뿐만 아니라 주재국 경찰 등 치안 당국의 진입도 어렵다"고 했다. 실제 미얀마의 경우,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치안보다는 저항세력 진압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 미얀마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교섭이 어렵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취업 사기 피해자 19명을 구출하기까지는 약 4주의 시간이 걸렸다.

동남아 골든 트라이앵글 취업 사기 피해자 현황. 신동준 기자

동남아 골든 트라이앵글 취업 사기 피해자 현황. 신동준 기자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도 마찬가지다. 해당 지역은 중국 카지노 그룹인 킹스 로망스 업체를 중심으로 한 자치위원회가 특구의 행정권한을 80% 이상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 트라이앵글 입국 태국 검문소 2곳 특별여행주의보

외교부는 이에 따라 태국의 국경검문소 2개소(치앙센·메싸이)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3월 1일부로 발령했다. 치앙센 검문소는 태국에서 라오스, 메싸이 검문소는 태국에서 미얀마의 골든 트라이앵글로 들어가는 경로다. 진입 경로를 원천 차단,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앞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자체에 '특별여행주의보'(2023년 8월 1일),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2023년 11월 24일), '여행경보 4단계(여행 금지)'(2024년 1월) 등으로 경보 수위를 올렸다. 이 지역에 체류하려면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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