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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밸류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맹탕'이라는 것, 그게 밸류업에 쏟아지는 냉소의 이유다. "기업을 움직일 세제혜택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A 전문가) "이사회에 힘을 싣는 등 지배구조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쉽다."(B 전문가) "시간 끄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운다. 가이드라인 확정을 1~2개월 앞당기길 희망한다. 오늘 발표한 거래소 보도자료는 영문본이 없다. 현재 학점은 'B-'다."(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정부는 상장기업이 저평가받는 한국 증시 고질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 보자며 연초 밸류업 시행을 공표했다. 그동안 내놨던 대안들은 '여야 합의 파기', '부자 감세', '세수 감소' 논란이 일거나(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확대) '시장원리에 반한다'(공매도 전면 금지)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밸류업은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어서 기대가 컸다.
밸류업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기업이 자본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해 생산성이 낮다(ROE가 낮다)', '생산활동 후 남는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지도 않는다(배당성향이 낮다)'는 시장참가자들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대안이다.
이번 발표의 관건은 '기업의 변화를 유도할 대책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나'였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시하게 하되, 우수 공시 기업에는 '모범납세자 선정',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표창'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인센티브라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듯 시장 평가 역시 '어림도 없다'다.
그럼에도 밸류업을 응원한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밸류업 선언 이후 한 달간 시장에는 짧지만 확실한 주주환원 바람이 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3년간 실적에 관계없이 매년 1,500만 주 이상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했고, 4대 금융그룹도 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4.5%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창한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를 "정부 선언의 힘"이라고 봤다. 그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와 투자자가 밀고 끌면서 밸류업의 가치를 지속하고 실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 대표의 말처럼 밸류업은 한때의 테마주 열풍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강조했듯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도록 상법 개정의 태풍으로 커져야 한다. 오너가 아닌 주주 중심 문화로 거듭날 때까지 "밸류업은 캠페인"(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으로 지속돼야 한다.
'밸류업도 총선용 일회성 공약'이라는 의심을 지우려면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기업가치 공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는 5월, 가이드라인 확정은 6월로 예정돼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언처럼 가이드라인의 구체성, 주주 피드백 반영 여부가 진정성을 판단할 기준이 될 것이다.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떠나지 않았다. 아직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쥔 채 정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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