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27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큐 영화로는 역대 4위의 드문 기록이다. 그동안 그의 공로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빈약했다는 점에서 그만큼 호소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이미 검증된 과(過)를 지우려는 식의 여론몰이까지 나가는 움직임은 도가 지나치다.
'이승만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연일 ‘건국전쟁’의 관객 동원과 이 전 대통령의 업적만을 강조해 홍보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영화를 보수와 진보의 진영 문제로 접근하며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오컬트 영화 ‘파묘’의 흥행을 두고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갑자기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를 경복궁 바로 옆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검토한다고 밝혀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의 독재 체제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결국 4·19혁명으로 불명예 퇴임한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다. “누구나 공과가 있다”고 하나 그의 ‘과’는 너무 큰 고통을 줬다.
제주4·3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초토화 작전과 불법 계엄령으로 최소 3만 명이 희생된 4·3 학살의 책임자”라며 ‘이승만기념관’과 동상 설립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도 성명에서 “특정 종교에만 특혜를 주고 민족종교를 차별했으며, 이른바 정화(淨化) 유시로 불교계 분열을 일으켜 용서하기 어렵다”며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강행할 경우 서울시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선 ‘이승만 정권하에서의 민간인 학살 목록’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안보의 기틀이 된 한미동맹 추진 등에서 세운 공은 명확하다. 하지만 과오 또한 가볍지 않은데도 ‘점령군’식으로 특정 역사적 시각을 강제하면 사회 균열과 갈등만 커질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