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김인석 PD와 윤신혜 작가 인터뷰
시즌3 공개 후 글로벌 순위 상승
'문제작' 편견에 밝힌 소신은?
'성+인물'이 더욱 과감해졌다. 네덜란드의 홍등가부터 섹스워커까지 담아내면서 문화 탐방 예능의 역할을 해냈다.
지난달 29일 김인식 PD와 윤신혜 작가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일본과 대만편에 이어 시즌3인 네덜란드·독일편이 지난달 20일 공개됐다. 시즌들을 거치면서 노하우가 쌓인 덕분일까. 넷플릭스 TOP10 TV 부문 대한민국 2위는 물론 홍콩 싱가포르 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유럽에 입성한 이번 편에서는 여러 가지 페티시부터 혼탕과 나체주의 문화, 폴리아모리(다자간연애)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진 스펙트럼의 '성'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를 신동엽과 성시경의 생동감 넘치는 체험으로 조명됐다.
김인석 PD는 "시즌3까지 왔기 때문에 촬영이 수월할 줄 알았는데 유럽이 더 힘들더라. 문화가 많이 달랐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고민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시청자들이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 대해 즐겁게 봐주신 듯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대만이 7위, 일본이 1위였다. 점점 개선해 나가는 기분이라서 뿌듯했다", 윤 작가는 "순위로 인정을 받은 것 같다. 더불어 해외 반응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의 첫 방문지였던 암스테르담 홍등가와 카사 로소를 시작으로 독일의 혼탕 사우나, 나체주의자들이 모여 운동하는 공원, 베를린의 클럽과 BDSM 플레이 스튜디오, 유명 여성 자위 기구 회사와 폴리아모리(다자간연애) 가족들과의 만남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신동엽과 성시경을 만났다.
먼저 김 PD는 "이후의 나라를 고민하고 주변을 취재했을 때 네덜란드와 독일이 가장 언급이 많이 됐다. 시즌3까지 오면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다른 시즌들을 거치면서 성에 대한 고유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즌4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 PD는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지 않으면 다음이 없다. 제작 단계에서는 반응을 보기 전이다.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고 운을 띄웠다. 작가는 "자료 조사를 하면서 네덜란드와 독일을 최초로 다뤄보고자 했다. 자료는 충분히 고민하고 구상했다. 더 잘 된다면 어떤 나라를 갈 수 있을까. 제작진으로부터 한국을 조명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이 화두다"라고 밝혔다.
이번 편에는 국내에서는 낯설고 생경한 직업인 '섹스 워커'가 나온다. 앞서 일본 편의 AV 배우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김 PD는 "기획 의도인 성의 문화를 한국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법이 다른 부분을 다루는 것이 어려웠다. 다른 나라를 다룰 때 우리나라 정서와 다른 지점이 있다. 문화 탐방 기획 의도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그 고민을 프로그램을 녹였다. 그들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 우리는 모르는 현지인의 다양한 의견들, 섹스 워커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보단 의견을 펼쳐놓고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조심스러웠던 지점을 전했다.
섹스 워커 섭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작가진은 네덜란드 출장을 2회가량 다녀왔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윤 작가는 "추천과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이야기까지 가능한지 조율했다. 본인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분이 출연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 PD는 "성이라는 주제가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우리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성을 예능적 소재로 다루는 것부터 불편한 분들이 있다. 또 어떤 분들은 엄숙하게 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 사이에서 너무 가볍게, 또 너무 진중하게 다루면서 문화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조절했다"라고 지난 시즌들보다 더 개선하려고 했던 지점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작은 단어와 문장까지 고심했다. '성 노동자'가 아닌 '섹스워커'로 번역한 이유도 이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타국의 직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연출적 장치다.
두 MC인 신동엽 성시경이 매 시즌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MC들이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전 제작진도 직접 경험했다. 강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했던 지점이란다. 김 PD는 "상당히 많은 혼탕을 돌아다니면서 그 문화 속에서 비로소 알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진짜 친구들과 가는구나. 우리나라 시청자들도 제가 느낀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MC들에게 체험을 설득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윤 작가는 "성시경은 언어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표현이나 번역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챙겼다. 대만에서는 직접 아침에 공부를 할 정도로 언어 활용을 노력했다. MC 뿐만 아니라 통역사로도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칭찬했다. 김 PD는 "신동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정말 많았다.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PD는 "두 분이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MC들이 게스트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진짜'다. 두 분은 당황하면 당황하는 대로, 웃기면 웃긴 대로 표현한다. 솔직함으로는 가장 적합한 분들"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 PD는 '성+인물'이 넷플릭스로 만들어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고 지금의 관심이 만들어졌다고 바라봤다. 워낙 파격적인 소재인 탓에 문제작 취급을 받기도 했다. 김 PD는 교육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면서 "조금 더 유쾌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 피드백이 아쉬웠다. 교육적으로 만들려면 더 만들 수 있었다. 역시나 일부 시청자들에겐 지적인 탐구가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김 PD는 "저희가 만약 선정적인 것과 예능적인 것의 가치를 줄타기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수위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선정적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초반에 다 빠졌다. 저희는 그런 가치를 표방하는 예능이 아니다. 성이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자극적이고 외설적일 수 없다.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다루려고 했기에 오해를 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가시적 성과에 대한 소회도 들을 수 있었다. 김 PD는 "프로그램의 내용보다 소재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이번 시즌이 나오면서 그런 피드백이 없어졌다. 1년이 흐르면서 '성+인물'이라는 프로그램이 과정을 거쳤고 그 소재를 다룰 만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가장 뿌듯하다", 윤 작가는 "개인적으로 아이템을 다루면서 나체주의를 경험할 일이 많이 없었는데 취재하면서 가능할 일일까, 머리로는 알겠는데 나라면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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