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번 시내버스 타고 포항 바다여행
포항 바다 여행은 시내버스로 가능해 뚜벅이 여행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특히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공항에서 관광 명소 곳곳을 이어주는 9000번 시내버스는 대중교통 여행자에게 고맙고 유용한 노선이다.
9000번 포항 시내버스는 포항역(KTX·SRT), 포항여객선터미널(울릉도), 포항고속버스터미널, 포항경주공항에서 탑승할 수 있다. 시내권의 환호해맞이그린빌(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영일대해수욕장·죽도시장, 남부권의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송림촌(유니의바다 호미곶점), 해맞이광장(호미곶) 정류장에 내려 주변 명소를 둘러보고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는 여행이 가능하다. 양덕차고지에서 오전 5시 10분부터 오후 9시 35분까지 41~46분 간격으로 25회 출발하며, 실시간 버스 위치는 정류장 전광판이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 1,200원.
포항의 새로운 명물 스페이스워크와 영일대해수욕장
첫 목적지는 환호공원. 포항시립미술관과 야외 조각을 관람하며 걸으면 ‘스페이스워크’에 닿는다. 가로 60m, 세로 56m, 높이 25m, 트랙 길이 333m에 이르는 철재 작품이자 체험형 시설이다. 독일의 부부 예술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디자인하고, 포스코에서 생산한 탄소강과 스테인레스강을 활용해 제작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계단을 오르내리면 스페이스워크라는 이름처럼 시공간을 벗어나 우주를 유영하듯 아찔하고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안전을 위해 악천후 때는 운영하지 않는다.
스페이스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영일대해수욕장은 넓고 모래가 고와 가볍게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해상에 세운 누각 영일대에 오르면 포스코 공장과 어우러진 영일만 풍경이 압권이다. 인근 죽도시장은 없는 물건이 없는 큰 시장이다. 싱싱한 해산물과 먹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일본 소도시에 온 듯... 근대 역사의 산실 구룡포
구룡포의 역사는 1906년 어류 따라 올라온 일본 가가와현 어업단의 어선 80여 척이 입항하며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이곳에 주소를 둔 일본인이 1,000명에 달할 만큼 대규모 집단 거주지로 번성했다. 당시 가옥은 상당수 원형대로 보존돼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1920년 구룡포에서 선어운반업으로 부를 축적한 하시모토 젠기치의 2층 목조가옥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운반해 지었다고 한다. 내부에 불단, 난방기구, 창살, 칸막이, 장식기둥 등 일본식 가옥의 특징이 온전히 남아 있다. 현재는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의 ‘구 대등여관’ ‘일심정’ ‘후지산 창문집’ 등을 보면 일본 소도시로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피어라 계단’은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이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긴 장소다. 주인공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바다 여행 종합선물세트 호미곶
호미곶은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가 ‘산수비경’에서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 호미곶은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된다고 기록하며 비롯한 지명이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는 영일만을 일곱 번이나 답사한 뒤 호미곶이 가장 동쪽임을 확인하고 ‘호랑이 꼬리 부분’이라 언급했다. 역사적인 일출 명소이며 볼거리도 풍성한 곳이다. 여행자센터의 무료 물품보관함에 짐을 맡기면 여행이 한결 가벼워진다.
새천년기념관(입장료 3,000원)은 포항의 역사, 문화, 산업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전시하고 있다. 바다화석박물관, 수석박물관, VR체험존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 해안가의 국립등대박물관은 ‘등대교과서’라 불러도 좋을 곳이다. 야외전시장의 부표를 시작으로 1전시관에서는 바다의 안전을 지켜온 항로표지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 2체험관에서는 등대 블록 쌓기와 선박 시뮬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4역사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항로표지 기술 발달사와 각양각색의 시대별 등대건축을 전시해 놓았다.
드디어 호미곶의 하이라이트 ‘상생의 손(김승국 작)’을 만난다. 육지에 있는 왼손과 바다에서 솟은 오른손이 서로 마주한 형상이다. 혼자가 아닌 상생의 이유를 표현한 듯하다. 눈길은 자연스럽게 바다의 오른손에 쏠리는데, 접근할 수 없지만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특별한 숙소에서 하루쯤 묵고 싶다면 오션뷰 카라반캠핑장 ‘유니의바다’ 호미곶점을 추천한다. 투명 창 너머로 넘실대는 바다와 파도소리가 낭만 감성을 자극한다. 여기에 바비큐 파티라도 더하면 금상첨화다. 가격은 9만5,4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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