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한일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간다면 더 밝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과거사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정부 들어 뚜렷한 한일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는 '균열의 시한폭탄'과 다름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운동 의의를 짚으면서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로 남북관계를 규정하고 전쟁 위협을 한 데 대해 자유주의 통일관으로 비판한 셈이다. 또 무장투쟁뿐 아니라 외교, 교육, 문화 독립운동을 열거하면서 합당한 가치평가 필요성과 함께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 움직임과 관련한 언급으로 보인다.
이처럼 3·1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국내외 상황을 짚은 기념사에선 특히 윤 정부 출범부터 추진해온 한일관계의 개선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양국 안보협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등 긍정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한미일 협력강화 등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는 과거사와 독도문제로 인해 여전히 살얼음판 위에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호응 부족으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정부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고집하면서 최근 G20 외교장관회의 석상에서 일본 외무장관은 조태열 외교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일본 고유 영토'라며 불법 점유를 주장했다. 자국 내 정치적 이해에 외교문제를 이용하는 일본 정부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다. 한일관계 미래는 일방의 선의와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내년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진일보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에 달려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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