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시도… 육로 제한 탓에 불가피
원활하려면 전투 멈춰야… “하마스에 공”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의한 공습과 고립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만 명이 처참한 곤경에 빠져 있는 가자지구에 4만 명분 가까운 식량을 군용기로 공중 투하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진통을 겪자 한계가 뚜렷한 고육책을 동원한 것이다.
트럭에 한참 모자란 수송 역량
중동 등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2일(현지시간) 요르단 왕립공군과 공조한 자국 공군 C-130 수송기 3대가 가자지구 상공에서 3만8,000명분 식량을 아래로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이번 항공 투하는 가자 주민 생명을 구하려는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지원 노력에 기여한다고 사령부는 부연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3대의 비행기가 각각 22개의 꾸러미를 투하했다”며 “투하 장소는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대피해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가자에 대한 또 다른 형식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 및 키프로스, 유엔, 기업 등과 협력 중”이라며 “가자까지 해로로 직접 식량을 전달하는 경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등이 해 온 구호품 항공 투하에 미국이 동참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가자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능성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실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가자에 유입되는 구호품의 물량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다”며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호품의 항공 투하는 이스라엘의 검열 등 때문에 육로 수송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형편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대안 성격이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5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800명에 육박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당국자는 “항공기의 경우 C-130 같은 대형 수송기조차 운반할 수 있는 보급품 양이 트럭의 일부에 불과하고, 지상에 투하된 구호품은 아무래도 필요한 이들을 상대로 질서 있게 배분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실제 가자지구 내 구호품 독점과 약탈 등 불법이 횡행한 게 현실이다. 그는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훨씬 더 많은 트럭의 가자 진입이 가능하도록 전투를 잠시 멈추는 협상을 타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0일 라마단 시작 전 타결 노력”
줄곧 난항을 겪어 오다 ‘구호 트럭 참사’ 뒤 성사 여부가 더 불투명해진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은 하마스의 서명만 남겨 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미국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병자와 부상자, 노약자, 여성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 요구를 하마스가 수용한다면 가자에서 당장 오늘이라도 6주간 휴전이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협상안에 동의한 만큼 공은 하마스에 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시작되는) 라마단(이슬람 단식 성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하마스를 상대로 6주간 휴전 및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간 교환이 골자인 협상을 이어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1단계인 약 40일간 이스라엘 인질 수십 명과 팔레스타인 포로 수백 명을 교환하는 협상 타결을 시도 중이며,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을 허용하게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