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4선 중진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어제 국민의힘에 공식 입당했다. 서울 영등포갑 전략공천이 유력하다고 한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자 “모멸감을 느낀다”며 탈당을 선언한 뒤 일사천리로 당적을 바꿔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숙원’을 이룬 것이다. 비(非)이재명계 ‘공천학살’ 피해자로 소구해온 그는 입당의 변을 통해 "정치인은 국가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정치가 개인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입당한 본인 역시 평소 신념과 언행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뒤집은 것이라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전국금융노조 출신인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아 ‘소득주도성장’ 정책 집행에 앞장선 데다 민주당 몫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마당이다. '반이재명'은 탈당은 몰라도 당적을 옮길 명분으론 약해 ‘정치철새’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척점에 선 당에 입당하면서도 그는 “민주당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럼 개인의 의원직 유지가 최우선 잣대라는 건가.
선거 때면 중진의원들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이를 벗어나는 데 사활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단지 ‘불공정 공천’을 이유로 당을 바꾸는 건 의원직에 대한 집착과 몰염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 의원 정도 위치라면 민주당의 공과에 원천적 책임이 있다는 걸 직시해야 했다. 게다가 애써 뽑아준 지역 유권자 입장에서 당적 이동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표심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대전 유성을 출신 5선 이상민 의원은 공천 심사에 앞서 1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받았다. 입당을 선뜻 받아주며 ‘배신의 정치’를 부추기는 정당정치 역시 문제가 없지는 않다. 김 의원이 정체성 없이 당을 옮긴 것이 사리사욕을 위한 게 아니란 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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