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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수도권 확대 놓고 서울·경기 '기싸움'...전문가 "지하철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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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수도권 확대 놓고 서울·경기 '기싸움'...전문가 "지하철부터 해야"

입력
2024.03.05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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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정치적 이해관계에 결국 주민만 불편
서울시 "경기도 협의 않고 시군 참여비협조적"
경기도 "시군 자율의사, 60% 지원 명확히 해야"

서울시 교통비 절약 카드 기후동행카드의 청년 할인 혜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시 교통비 절약 카드 기후동행카드의 청년 할인 혜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서울 종각까지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2년 차 직장인 김성연(30)씨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를 신청하지 않았다. 교통비로 월 5만~10만 원가량을 쓰는 김씨는 “서울·경기 통합사용이 아닌 데다 내용도 복잡해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 본사를 둔 버스가 몇 번 노선인지도 모른다”며 “서울·경기도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에서만 쓸 수 있지만 서울시 면허인 시내버스, 마을버스의 경우 경기도로 운행하더라도 사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서울-경기도 구간에서 사용률은 같은 구간 교통카드 사용률의 1.6%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지난 1월 출시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경기도 지자체들의 낮은 참여율을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생활권이 상당수 겹치지만 단체장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다른 교통카드를 내놓으며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5월 환급형인 '경기 패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의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비협조, 서울시의 예산지원 범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시가 포문을 열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을 열어 “경기도는 재정 분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일선 시·군의 사업 참여에도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실장은 “참여를 희망하는 시·군과 운송손실금을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고 있으며, 시·군 참여 시 적용되는 운송기관 범위가 서울이 많기 때문에 서울시 예산이 최소 60% 투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더 많은 재정부담을 진다고 주장했다. 기후동행카드(6만2,000원 기준) 한 달 사용량 분석 결과 사용자의 85%가 30일간 평균 9만2,000원을 사용했는데 할인된 금액인 3만 원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서울에서 카드를 썼으면 서울에서, 시·군에서 썼으면 시·군에서 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다음 날 “경기 A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한 달 동안 40회 이용했는데 A시 버스 24회, 서울시 버스 16회를 이용할 경우 A시가 60%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A시처럼 (서울) 통행 비율이 높은 시·군은 오히려 서울보다 더 많은 재정손실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 예산 60% 분담’이라는 말이 서울시가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 시군이 내야 하는 손실부담금의 60%를 분담하겠다는 것인지, 서울 경기 전체 손실금의 60%를 분담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후자가 전자보다 경기도 부담금이 훨씬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으면서 이런 혼란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후동행카드 정책 시행을 발표할 당시 "이 정책 검토를 지시한 게 2월경으로 기억한다"면서도 "경기와 인천과는 전주 목요일(7일)부터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7개월가량 장기간 준비해 놓고, 인천과 경기도에는 정책 발표를 불과 나흘 앞두고 협의를 요청한 셈이었다. 당시 두 지자체는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2004년 서울시가 주도해 버스와 지하철 무료 환승제도를 먼저 시작했고, 인천과 경기도에 점진적으로 확대돼 체계가 잡힐 때까지 3, 4년 정도 걸렸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재정 상황도 안 좋지만 지하철을 먼저 해보고, 요금 체계가 다른 광역버스, 민간 지하철, GTX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출퇴근 고통은 서울시민보다 서울로 장거리 통근하는 경기 신도시 주민이 더해서 이분들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지자체 간 협의를 강조했다. 다만 "세 지자체가 예산 부담 등 이해관계 차이로 세부 조율이 한없이 지연될 수 있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명수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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