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 계약률 저조... 정부도 상황 인정
자유의사 따른 계약이라 행정명령도 불가
공보의·군의관 투입해도 역할 대체 어려워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병원에서 이들의 몫까지 책임지던 전임의들이 계약 만료를 계기로 대거 병원을 떠날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 공백'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임의들에게 재계약을 종용하고 있지만 전공의 이탈 때와는 달리 행정명령으로 강제하기 어렵고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일 의료계,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임의들의 계약이 대부분 2월 말에서 3월 초에 종료되는 가운데, 기존 전임의의 재계약 포기는 물론이고 전임의 채용이 예정됐던 의사들이 계약을 거부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이날 "병원별로 전임의 계약률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100% 가깝게 성사된 병원도 있고 한 명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대형병원에서 세부 전공과목 진료를 담당한다. 전임의 대부분은 1, 2년만 근무하고 개원가나 2차병원 등으로 이직하는데, 보통 상황이라면 전공의 과정을 갓 마친 전문의가 후임으로 지원해 그 수가 유지된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전공의들이 대거 현장을 떠난 터라, 의대 교수와 더불어 전임의의 근무 강도가 한계에 다다랐다. 전공의 복귀는 요원하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945명으로, 여전히 소속 전공의의 72%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임의 입장에서는 기약 없는 고강도 근무 연장을 뜻하는 재계약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감이 있기는 전임의도 마찬가지. 앞서 82개 병원 전임의들은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전문의 자격 취득 후에도 병원에 남아 의사로서 더 나은 소양을 쌓고자 했지만,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상황에선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며 무더기 재계약 포기를 예고했다.
정부는 전임의 이탈을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계약 만료라는 '적법 요건'을 갖춰 병원을 떠나는 것이라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수의료를 수련한 공보의, 군의관을 투입한다는 방침도 세웠지만 전임의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공보의는 의료취약지역에서 1차 진료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증·응급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 업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단 전임의 설득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임의는 자유의사에 따라 계약하게 되며 정부가 별도로 명령을 내린 것도 없다"며 "각 병원에서 전임의들을 상대로 잔류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계약을 앞둔 전임의분들은 환자 생명을 지키고자 했던 초심을 부디 상기해 주시고 진로를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차관도 "전공의가 떠난 자리까지 감당하고 있는 전임의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전임의들이 예정된 계약을 이행할 수 있고 현장 의료에 문제가 없도록 정부가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응급환자 전원 컨트롤타워인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 운영을 시작했다. 전국을 4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경상권 전라권)으로 나눠 응급환자가 적절한 권역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도록 상황실을 통해 조정하는 조치다. 박 차관은 "병원들의 대체인력 채용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고, 현장 진료 인력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업무 지침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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