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파동이 잦아들긴커녕 ‘배우자 사법 리스크 대비’, ‘비례대표 밀실 사천(私薦)’ 논란으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거대 야당의 끝 모를 추락에 지지층 실망도 커지고 있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를 보좌했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공천 문제가 화근이 됐다. 민주당은 그를 전략공천했다가 사천 논란이 커지자 하룻만에 입장을 번복해 경선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이번 논란에 사적 인연이 없는 대선 선대위 출신일 뿐이라는 당의 입장은 애초부터 설득력이 떨어졌다. 서동용 의원이 KBS광주·한국갤럽 신년 여론조사에서 28% 지지율로 7%의 권 후보보다 크게 우세했던 데다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한 지역구는 이곳이 유일했다.
여기에 당의 전략공천관리위가 비례대표 추천까지 맡기로 해 내부 비판도 커지는 실정이다.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추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우상호(4선·불출마) 의원부터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하는 과거 방식은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4년 전 전 당원 투표와 중앙위 투표를 거쳐 비례순번을 정하며 투명하게 진화한 당의 유산을 없애는 데 누가 공감하겠나. 선거제 개편의 시간을 끌다 위성정당 불가 약속을 번복한 마당에 비례공천 방식을 ‘당 총재 시절’로 회귀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민주당의 곤궁한 처지는 지지율 하락뿐 아니라 지지층 전체를 겨냥한 선대위 구성이 지지부진한 데서도 알 수 있다. 호남마저 지지세 하락폭이 심상찮은 와중에 비(非)이재명계까지 아우를 원로나 상징적 인물들의 선대위 참여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 독식’ 공천잡음에 대한 불만이 당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단면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온갖 희한한 소리들이 난무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외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뤄낸 민주당은 과거에도 오만과 독선으로 종종 비판을 받긴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특정 지지세력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전에 없는 정치 퇴행인 점에서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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