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희망퇴직 신청자, 벌써 지난해보다 많아
20대 젊은층도 포함… 노동 구조 변화 예상
수익성 낮은 사업 정리, 임금 인상 대비 차원
일본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작 일본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증시 활황과 엔화 약세 바람에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경제 장기간 침체를 뜻하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난 뒤 찾아올 호황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조 개혁에 나섰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 없던 '1000명 이상 감원' 기업도 나와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상공리서치가 최근 두 달간 일본 내 상장기업 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장인을 집계한 결과 3,600명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해가 바뀐 지 이제 2개월여 지났는데 이미 지난해 1년 치 신청자보다 10% 많은 수치다. 지난해에는 없었던 '1,000명 이상' 모집하는 회사도 2곳이나 된다. 일본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재팬은 1,500명 감원에 나섰다. 대표적인 제조업체 소니그룹도 게임 사업 분야에서만 900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최근 일본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4만 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기업들의 수출 실적은 개선되고, 대거 유입된 외국인 관광객들의 적극적인 소비로 내수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가 2000년대부터 23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속 잃어버린 30년 탈출을 조만간 선언할 수 있다는 신호가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디플레이션 극복 이후 고용 적정화 포석"
그럼에도 기업들이 감원을 감행하는 건 호황기 이후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미리 정리해야 디플레이션 극복 이후 업계 변화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기업을 향해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닛케이는 "기업들이 고용 인원을 실적 대비 적정 수준으로 맞추려고 하는 것"이라며 "점차 커질 임금 인상률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구조조정 바람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구조조정과는 달리 젊은 직장인들의 '퇴사 러시'가 일어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신청자 대부분 40대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25~29세 젊은 직원들이 희망퇴직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아예 연령 기준을 두지 않는 회사도 있다. 야스이 요스케 일본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닛케이에 "상대적으로 이직이 빠른 젊은 층에도 희망퇴직의 문을 연 만큼 고용 형태 다변화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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