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러 간다" 미식 관광 급성장
테마밥상·특산물 메뉴 개발 '붐'
지자체 주도 특화음식 개발 한계
"체험 등 음식 콘텐츠 접목 꾀해야"
울산 남구는 지난해 3월 지역 대표 음식 브랜드를 ‘장생이(남구 상징인 고래를 모티브로 만든 홍보 캐릭터) 밥상’으로 정하고 메뉴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8개월 만에 손을 뗐다. 오색고래국수와 곱창비빔국수, 단팥죽, 굴뚝빵, 고래미역빵, 고래쿠키, 사각김밥 등 7가지 메뉴를 개발했지만 시식회 반응이 시원찮아서다. 남구 관계자는 “메뉴 개발 대신 검증된 지역 맛집을 홍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관광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마다 대표 음식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식관광을 유도할 차별성 있는 음식을 내놓지 못해서다.
음식은 관광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한국관광공사가 2019년 발표한 '국내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 국내 여행 목적 및 활동 언급량 1위는 '음식관광'이 차지했다. 지자체들이 너도 나도 음식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남도와 통영시는 2010년 3억여 원을 들여 임진왜란 당시 음식을 복원한 ‘이순신 밥상’ 1호점을 열었으나 실망스러운 맛 때문에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경남 하동군도 2015년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생산된 친환경 재료로 만든 한정식 코스요리 ‘알프스 삼포밥상’을 출시했지만 찾는 이가 없어 2년여 만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경남 양산시가 지역 출신 의병장 삼형제를 테마로 선보인 '삼장수 밥상'이나 경기 안산시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성호 이익 선생을 주제로 만든 '삼두밥상' 등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경남 합천군 대장경밥상이나 전남 강진군 다산밥상, 충남 상록수밥상, 전남 여수밥상 등이 근근이 치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도 성공사례를 찾아보긴 어렵다. 충북 괴산군은 지난해 4월 전문 요리사에게 의뢰해 올갱이 짬뽕과 고추 아이스크림 등을 선보였으나 음식점 업주들로부터 “시장성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앞서 전북 부안에선 2018년 전국 최초 해삼죽을 내놨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중단됐고, 2021년 다시 2억 원가량을 들여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공을 들였으나 흐지부지됐다. 경북 영주시가 토종콩 부석태를 활용해 만든 무량전이나 강원 삼척시의 곤드레곰치어죽 등도 개발 당시만 잠깐 떠들썩하다 용두사미에 그쳤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음식은 메뉴 개발보다 맛을 유지‧관리하는 게 관건인데 행정에서 주도하는 지역특화 메뉴는 실상 개발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메뉴 개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체험활동을 가미한 미식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수백 년 된 양조장을 개조한 호텔에서 직접 짠 간장요리를 먹고, 온천의 고온 증기로 쪄낸 다양한 찜 요리를 맛보며 온천욕을 즐기는 등 다양한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Gastronomy Tourism·미식관광)’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김태희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한국미식관광협회장)는 “그 음식에 사용된 식재료는 어디서 구했고, 어떤 역사적‧지리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를 보고, 듣고, 먹는 즐거움 등을 제공해 꼭 그 지역에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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