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여성의 날 돌아본 여성 노동 실태>
'아빠 육아' 늘어도 육휴 73% 아직 엄마가
"부부 육휴 의무화" "제도 인지도 높여야"
임신 2개월 차인 20대 후반 김하영(가명)씨는 편도 1시간 반 통근이 힘에 부치자 최근 하루 2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임신기 근로 단축 제도'를 써도 될지 회사에 문의했다. 법정 의무고 선례도 있어 허락은 받았지만 회사 대표 반응은 탐탁잖았다. "'네가 지금 혜택을 받는 거다'라는 식이고, 사용 방식을 협의할 때도 대표와의 친분에 따라 차이가 나니 눈치가 보였죠."
정부가 초저출생 상황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단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6+6 부모 육아휴직제 도입,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 각종 일·가정 양립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제도를 이용하려고 하는 워킹맘·워킹대디가 체감하는 현실의 장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 눈치 주는 회사와 상사, 동료의 업무 부담 증가, 제도 자체를 모르는 대표나 인사팀을 겪다 보면 잘 만든 제도도 '그림의 떡'이 되기 쉽다.
다니던 회사에서 출산휴가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최초로 썼다는 박민정(41·가명)씨는 "당장 애 봐줄 사람이 없어져 저도 생존이 걸린 문제라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았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직원 30~40명 규모의 회사는 출산휴가도 사용 전례가 없었기에, 박씨가 먼저 나서서 고용당국과 상담하며 제도를 공부하고 회사에 알려주는 식이었단다. 그는 "주변을 봐도 회사에 '죄인 되는 느낌' 때문에 사용을 꺼리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일·가정 양립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저출생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1위로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20.1%)가 꼽혔다. 그다음이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현금성 지원 확대(18.2%), 출산·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 주는 사업주 처벌 강화(16.7%) 등이었다. 아울러 남성 육아 참여자가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자 넷 중 셋(72.9%)이 여성인 점을 감안할 때 '아빠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각종 일·가정 양립 정책의 인지도가 낮은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표 정책인 출산휴가는 조사 대상 사업체의 61.5%가 '잘 알고 있다', 32.7%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난임치료 휴가 제도는 '모른다'는 비율이 각각 15.9%, 29.4%, 42.0%에 달했으며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인지도가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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