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된 여성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4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혈관 질환 원인의 20% 정도는 흡연·고콜레스테롤혈증·고혈압·당뇨병 등 전통적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에게도 발생한다.
유승호·장유수·정혜숙 강북삼성병원 헬스케어데이터센터 교수 연구팀이 고위험 HPV 감염과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심혈관 질환이 없는 한국 여성 16만3,250명(평균 연령 40.2세)의 13가지 고위험 HPV 검사 등 건강검진 결과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국가 데이터를 결합·분석했다. 대상자는 30세 이상 심혈관 질환이 없는 여성으로 2004~2018년 강북삼성병원에서 1~2년마다 13가지 고위험 HPV 검사 등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이들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10만 명 중 9.1명으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을 배제하고 고위험 HPV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위험 HPV 감염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위험 HPV 감염자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10만 인년당(1인년은 1명을 1년간 관찰한 값) 7.1명으로 비감염자(1.9명)보다 3.91배 △허혈성 심혈관 질환 사망률(5.0명)은 3.74배 △뇌졸중 사망률(1.4명)은 5.86배 각각 높았다.
또한, 비만이 있는 여성이 고위험 HPV에 감염되면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일 때는 고위험 HPV 감염자는 비감염자보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4.81배 높았고, BMI 25 미만에서는 감염자가 비감염자보다 2.86배 높았다.
논문 1저자인 정혜숙 교수는 “염증이 심혈관 질환 발병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바이러스는 염증의 잠재적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핏속 HPV가 혈관에 염증을 유발해 동맥을 손상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정 교수는 “고위험 HPV 감염자가 심혈관 질환과 자궁경부암의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HPV는 여성 감염률이 2~44%에 달할 정도로 흔한 성 매개 감염 바이러스인데, 고위험 HPV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
유승호 교수는 “고위험 HPV 감염이 남성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HPV 백신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지 밝히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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