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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자던 날 쓰러진 30대 엄마…장기기증으로 5명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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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자던 날 쓰러진 30대 엄마…장기기증으로 5명 살렸다

입력
2024.03.08 12:46
수정
2024.03.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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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모야모야병으로 수술
지난달 16일 쓰러져 뇌사 상태

지난달 28일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원인애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달 28일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원인애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아이들과 여행을 가기로 한 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의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8일 성빈센트병원에서 원인애(36)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8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원씨는 10년 전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혈관 말단 부위가 점차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는 희소 질환이다. 수술 뒤 회복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원씨는 지난달 16일 갑자기 집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빠졌다.

원씨가 쓰러진 날은 하필 자녀들과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원씨는 집에 남고, 남편이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데려갔다. 집에 쓰러져 있던 원씨를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이 발견했다.

가족들은 원씨를 그대로 떠나보내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게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원씨의 기증에 동의해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등의 장기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

경북 구미에서 두 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원씨는 평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요가와 필라테스로 건강을 관리했고, 드라이브와 꽃구경을 즐겨했다.

원씨의 남편은 "아이를 사랑했던 평범한 어머니의 특별한 생명 나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아파서 평범한 생활을 못 한 이식 대기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해 드리고 가족분들에게도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고인에게는 "함께 해줘서 고맙고 우리 애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애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울 테니 하늘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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