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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할리우드 메이저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24.03.09 12: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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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지난달 7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아가일'은 애플TV플러스가 투자한 영화로 온라인에는 애플TV플러스에서만 공개될 예정이다.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지난달 7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아가일'은 애플TV플러스가 투자한 영화로 온라인에는 애플TV플러스에서만 공개될 예정이다.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최근 잇달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플라워 킬링 문’과 ‘나폴레옹’, ‘아가일’은 공통점이 여럿 있다. 유명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고, 스타 배우들이 출연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들이다. 들인 돈에 비해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하다. 세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애플TV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다. 애플TV플러스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들 영화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플라워 킬링 문’과 ‘나폴레옹’, ‘아가일’은 세계 극장가에서 대규모로 개봉했다. 극장 배급사들은 애플TV플러스가 아니었다. ‘플라워 킬링 문’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픽쳐스가 배급(한국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대행)했다. ‘나폴레옹’은 소니 픽쳐스가, ‘아가일’은 유니버설 픽쳐스가 각기 맡았다. 세부 계약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애플TV플러스는 배급을 할리우드 기존 스튜디오에 맡겨 극장 수익을 극대화하고 OTT 독점권으로 추가 수익을 얻는 방식을 택한 듯하다.

세 영화는 OTT인 애플TV플러스가 투자하고 애플TV플러스가 OTT 독점권을 갖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여느 영화의 유통구조와 딱히 차이가 없다. 극장에서 장기 상영한 후, 주문형비디오(VOD) 판매를 거쳐 애플TV플러스 가입자들에게 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19일 개봉(한국 기준)한 ‘플라워 킬링 문’은 지난 1월 12일에야 애플TV플러스 가입자들이 돈을 추가로 내지 않고 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6일 개봉한 ‘나폴레옹’은 3월 1일이 돼서야 애플TV플러스에 공개됐다. 극장에서 OTT까지 3개월가량 걸린 셈이다.

OTT라는 새 영역을 개척한 넷플릭스와는 전혀 다른 영업 방식이다.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영화를 처음 접해도 된다는 모델을 제시한 넷플릭스는 극장에서 돈 벌 생각이 없다. 유명 감독, 스타 배우와 협업해 만든 대작이라 해도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독점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가 간혹 극장에서 선보이기는 하나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개봉이 대부분이다.

애플TV플러스는 ‘플라워 킬링 문’과 ‘나폴레옹’, ‘아가일’을 통해 금전적 재미를 톡톡히 보았을까. 지난 6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애플TV플러스가 세 영화에 쏟은 돈은 7억 달러로 추산된다. ‘플라워 킬링 문’에만 2억1,5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세 영화가 세계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돈은 4억6,600만 달러(‘플라워 킬링 문’ 1억5,700만 달러, ‘나폴레옹’ 2억2,100만 달러, ‘아가일’ 8,800만 달러)다. 기존 할리우드 셈법대로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 애플TV플러스의 생각은 다르다고 한다. ‘아가일’의 흥행 참패가 아쉽지만 ‘플라워 킬링 문’과 ‘나폴레옹’은 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극장에서 선전했고, VOD시장에서 적지 않은 돈을 벌은 데다 애플TV플러스 가입자 증대에 기여했다는 판단에서다.

극장-VOD-OTT로 이어지는 수익 연결고리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방식에 넷플릭스 전략을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애플TV플러스는 극장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면 직접 배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사업성이 있다는 확신이 강해지면 좀 더 많은 영화들에 투자하고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촉발한 OTT전쟁은 이제야 본격화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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