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변론 도태우 변호사 발언
정영환 "발언의 다양성을 중시" 해명 부적절
중도 공략 절실한 시점에 당 지도부 상황 인식 우려
국민의힘이 한 달 넘게 자랑한 '시스템 공천'이 5·18민주화운동 평가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앞에서 급속히 빛을 바래고 있다. 탄핵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변론한 전력에도 공천이 확정된 도태우 변호사의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다양한 생각'이라고 감싸면서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한동안 손절했던 극우 세력에 다시 공간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영환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구 중남구에 공천이 확정된 도 변호사의 '5·18 북한 개입설'과 관련해 "우리는 발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이다.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공천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서도 "후보가 되면 당의 전체 가치를 중시해 나갈 거니까 문제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도 변호사 공천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한 만큼 공천을 번복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그분이 후보자가 되고 나서도 그런 입장을 견지하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했던 도 변호사 등의 공천이 논란이 되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굉장히 오래된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검찰에서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했던 사실과 맞물려 "모순적 상황을 피해 가기 위한 답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도 변호사의 5·18 북한군 개입설 주장 발언은 한 위원장을 더 궁색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광주 5·18 민주묘역 참배 이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찬성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방침과 배치되는 인사의 공천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이날 "당과 저의 5·18에 대한 생각은 1월 광주 5·18 묘역에서 했던 말 그대로"라고 말했다. '비대위에서 공천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략 그 정도로 말씀드리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선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둔 당 내부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5·18 민주화 운동과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사실상 국민적 평가가 끝난 부분이다. 일부 극우 세력의 이견은 그간 국민의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금껏 여러 선거에서 탄핵 옹호 세력을 공천에서 배제한 이유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당장 5·18 기념재단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동훈 위원장은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 변호사 공천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중도확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에 악재가 터졌는데 이를 지켜보는 당 지도부의 상황 인식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에 비해 유리한 지표가 나타나니, 극우 세력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 위원장의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의견이 진심이라면 도 변호사 공천에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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