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회복세지만
소비·투자 부진 여전
물가 악재, 내수 둔화 우려
주요 경제지표가 엇갈리면서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진의 터널을 벗어난 수출과 달리, 소비·투자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내수 둔화에 기름을 부을 물가마저 다시 들썩여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우는 건 수출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증가세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2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2.5%, 전달보다 12.2%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3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증가율(66.7%)은 2017년 10월(69.6%) 이후 최대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내수부진은 불안 요소다. 고금리 여파로 소비가 얼어붙은 탓에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1.4% 하락(전년 대비)했다. 2022년(-0.3%)에 이어 2년 연속 뒷걸음질을 친 건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KDI는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에 따른 지출 여력 축소, 공급 여건 악화로 인한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폭 확대는 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서비스업 부진,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지난달 다시 3%대로 뛰어오른 물가가 앞으로도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생경제 회복’을 내건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상반기 내 2%대)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는 과일만 해도 올가을 수확기 전까지 고공 행진할 공산이 크다. 지난달 과일가격 상승률(38.3%)은 전체 물가 상승률(3.1%)을 크게 웃돌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이 감산 조치를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도 악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브렌트유 가격이 2분기엔 배럴당 95달러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8일 국제 3대 원유인 브렌트유 값은 배럴당 82.08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 소비 여력을 늘려야 하지만, 자칫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어 당장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과 중국 경제의 개선 속도, 내수시장의 회복력이 경기 향방을 결정할 요인”이라며 “회복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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