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 3년 차인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와 거대야당 책임론이 동시에 맞서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치솟는 물가와 어려운 민생, “민주주의 후퇴”를 심판해야 한다는 반면,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과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심판의 대상이 교차하는 진영 간 총력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존재감이 부각된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국정농단 탄핵’을 사실상 ‘후회’하는 보수 일부의 정서, 2심 유죄까지 받고도 탄생한 조국혁신당이 야권의 파이를 키운다고 보는 민주당의 정치공학적 인식이 각각 탄핵과 조국의 강을 되돌리게 만들었다.
그간 국민의힘은 ‘혁신 없는 현역·중진 불패 공천’이란 비판을 받았고, 민주당은 ‘비(非)이재명계 학살’ ‘친명횡재’ 공천파동으로 여론의 난타를 받았다. 정치권은 ‘막말 경계령’을 내린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인천 계양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다 “설마 2찍 아니겠지?”라며 웃으며 말해 국민비하, 갈라치기 논란을 자초했다. 대선 때 기호 2번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을 조롱하는 용어로, 대선을 직접 뛴 당사자로서 가볍고 부적절한 처신이다. 오죽하면 바로 “상대당 지지 국민도 똑같은 나라 주인”이라고 사과했을까.
적대와 증오의 언어를 주도하는 사람이 여당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란 점 역시 정치 품격을 낮추는 요인이다. “대장동식 공천” “구정물 공천” 등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온통 폄훼와 조롱을 쏟아내는 건 ‘비호감도’만 높일 뿐이다. 국민의힘 부산수영 장예찬 후보는 과거 부적절한 성행위 옹호 발언으로 공격받고 있다. 지나간 얘기라 해도 선거국면엔 총체적 검증을 피하기 힘들다. ‘나꼼수’로 인기를 끌어 19대 총선 때 출마한 김용민 후보가 과거의 막말과 욕설이 드러나 역풍이 분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도를 넘는 언행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겨선 곤란하다. 국민을 만만하게 봐선 유권자의 철퇴를 피하기 힘들다. 남은 한 달, 말의 품격을 갖춘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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