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 동명 전시 동시 진행
넓은 견문과 다양한 경험은 탁월한 예술의 재료로 여겨진다. 스스로를 '안락의자 여행자'라 소개하며 상상의 여행을 펼치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41)에겐 이러한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뼛속까지 '집돌이'인 그가 서울의 두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는 데 필요했던 건 그저 작업실과 방 한 칸뿐이었다.
유럽 현대미술계가 사랑하는 작가 반 데 벨데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와 서초구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리고 있다.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동시 진행되는 두 전시엔 반 데 벨데의 대표 작업인 대형 목탄화, 오일 파스텔화를 비롯해 영상, 조각, 설치 50여 점이 나왔다.
상상력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전시 제목은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마티스는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으려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는데, 반 데 벨데는 실제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상상 여행'을 통해 어디든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커다란 야자수가 드리운 석양 깔린 해변, 생명력 강한 침엽수림이 빽빽한 한적한 숲길, 구름 한 점 없는 창공을 가르는 새의 날갯짓. 여행지에서나 볼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 바다, 호수, 숲 등을 선명하게 그린 오일 파스텔화는 그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직사광선 내리쬐는 자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존하지 않는 허구적 순간들이다.
직사광선 내리쬐는 자연을 그리고자 야외로 나간 20세기 외광파 작가들은 반 데 벨데와 대척점에 있다. 그는 상상력을 동원해 외광파 작가가 되어 그린 그림도 선보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공상은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골판지와 합판으로 창조해낸 새로운 세계
반 데 벨데의 상상은 2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시에선 각기 다른 두 편의 영화, '라 루타 내추럴'과 '하루의 삶'이 상영된다. 주인공들은 자동차를 타고 종횡무진하고, 터널 계단을 내려가 평행우주로 이동한다. 모든 장면은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세트장은 반 데 벨데가 나무 합판과 골판지 등으로 만들었다. 전시장에 비치된 실물 크기의 자동차, 터널, 과일가판대, 선인장 등 소품과 상영되는 영화를 번갈아 보다 보면 현실과 허구, 실제와 상상의 희미한 경계에 놓인 듯한 몽환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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