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피하려다 길 잃은 더불어민주연합
'36명 심사위원' 만점 받은 전지예, 후보 사퇴
용혜인 '비례 재선'… 장애인·20대 전무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는 지난 10일 '국민 오디션'을 통해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을 시민단체 몫 '비례 1번'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전 후보는 총점 73점으로 여성 후보 중 1등을 했다. 이 중 50점이 배정된 심사위원단 점수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토론을 지켜본 '국민 심사단'은 전 운영위원에게 30점 중 6점을 줬다. 문자투표에서도 20점 만점에 17점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 후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상 소수의 심사위원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기획 후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반미단체' 겨레하나 활동 이력이 부각돼 논란이 커진 전 운영위원은 12일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들에게 일말의 걱정이나 우려를 끼치지 않고 싶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연합 대주주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전 운영위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여당의 공격까지 거세지면서 자칫 중도층 공략의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되자, 이재명 대표가 직접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후보 교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전 운영위원에 이어 여성 후보 중 2위를 차지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부회장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는 논란 속에 이날 밤 사퇴 의사를 밝혔다. 13일부터 시작되는 더불어민주연합의 자체 검증 과정에서 이들 외에 추가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 선정을 놓고 이견이 예상된다.
'진보진영 배지 나눠 먹기' 변질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시민단체와 연대를 택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연합 파트너뿐 아니라 이날 발표된 민주당 후보의 면면이 비례대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되면서다.
비례 공천의 가장 큰 문제는 진보진영의 계파 나눠 먹기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은 개별적으로 선거에 나섰을 경우, 원내 진입을 위한 3%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연합에 참여해 3석씩을 확보했다. 4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 5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간 용혜인 의원이 똑같은 방식으로 재선을 노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은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후보들이 포진됐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을 지낸 장진숙 공동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배를 받았다. 전종덕 전 사무총장은 19대 총선 때 통진당 후보로 출마했다. 통진당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위원장과 팀을 이뤄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냈다. 손솔 수석대변인 역시 통진당 후신인 민중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시민사회 몫 비례후보도 사실상 진보진영 인사들의 '우회 상장' 경로로 활용됐다. 전 운영위원과 함께 추천된 정 부회장도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시위와 진보당 가입 이력 등이 논란이 되자 이날 저녁 자진 사퇴했다. 시민단체 추천 후보 중 이들의 차순위로는 이주희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과 시각장애인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이 있다. 시민사회 추천 심사위원단 36명에는 전 운영위원이 활동하던 겨레하나 조성우 이사장을 비롯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진보진영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사퇴한 후보를 대신할 이들의 전력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후보도 영입인재와 당직자 출신들로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각 진보진영 세력들이 조직 대표성만을 강조한 인사를 후보로 내세우다 보니,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이 고루 포진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이날 추천한 20명 후보도 영입인재와 당직자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21대 총선 당시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비교하면 이번 비례 공천 문제점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4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에는 시민사회 몫으로 의료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직역 대표자에 위안부와 환경 분야 시민운동가들이 고루 포진됐다. 4년 전 만 28세로 청년 몫 전용기 의원이 당선권(16번)에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연령대별로도 20대가 없다. 사퇴한 전 운영위원(34세)을 제외하면 30대 중에서도 민주당 영입인재인 백승아 전 교사(39세)가 유일하다. 소수자 중에서도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당선이 불확실한 20번에 포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비례대표 후보 구성에 민주당 지도부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때문에 더불어민주연합은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추천 후보들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정권심판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할 것"이라며 "심사 과정에서 (후보가) 변경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 측에서는 "당에서 공식적인 제안도 없었다. 이념 공세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어, 선거연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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