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설' 왕세자빈, SNS에 웃는 사진 게재
"최대한 빨리 올려야" 매체들 비중 있게 보도
엉성한 조작 드러나… "검증했어야" 질타
세계 주요 언론사들이 '보도 사진 검증 실패' 논란에 휩싸였다. 건강 악화 의혹을 받던 영국 왕세자빈이 최근 근황 사진을 공개했는데, 누가 봐도 어색한 부분이 있는데도 매체들이 검증 없이 앞다퉈 보도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이 뒤늦게 사진이 조작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언론 윤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환하게 웃는 사진' 알고 보니 조작
문제의 사건은 영국 ‘어머니 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 케이트 왕세자빈과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왕세자빈이 자녀들과 환하게 웃는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1월 병명을 알리지 않은 채 복부 수술을 받은 왕세자빈의 근황이 2개월 만에 알려진 순간이었다. 건강해 보이는 모습은 왕세자빈의 '중병설'을 단번에 잠재울 듯했다.
주요 언론들은 이 사진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AP통신, 영국 로이터통신, 프랑스 AFP통신 등 은 즉각 이 사진을 고객사 및 온라인에 전송했다. 영국 BBC방송도 홈페이지 상단에 이 사진을 게재했다. BBC는 “새 사진을 최대한 빨리 사용하기 위해 (통신사가 공유한 것이 아닌) SNS에서 사진을 공유받아 사용했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10일 밤 SNS에 왕세자빈의 사진이 이상하다는 게시글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사진 곳곳을 확대하면 깨지거나 뭉개진 곳이 있고, 인물들의 팔이나 손의 각도가 부자연스러웠다. 합성 사진 전문가들은 ‘사진이 조작됐다’는 의견을 내놨고, AP·로이터·AFP 등은 “보도 강령에 어긋났다”며 뒤늦게 사진을 철회했다. 결국 왕세자빈은 11일 “사진을 직접 편집했다”고 시인했다. 해당 사진이 얼마나 많이 편집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러 사진을 합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나친 완벽함 요구' 미디어 환경에도 질타
전문가들은 별다른 검증 없이 사진을 내보내기 바빴던 언론사들을 비판했다. 왕실 공식 홍보 창구에 조작 사진을 올린 왕세자빈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속보 경쟁에 가담해 안일하게 사진을 전달한 언론사 역시 문제라는 취지다.
사진작가 폴 클라크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사진에는 눈에 쉽게 띄는 조작이 무수히 많았다”며 “언론사들은 지나치게 기꺼이, 그리고 빠르게 이 사진들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영향으로 편집이 간단해진 시대에 사진 검증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명인사 스스로 사진을 조작해야 할 정도로 완벽함을 요구해 온 미디어 환경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왕세자빈은 지난 2013년 조지 왕자를 출산한 후에도 몇 시간 만에 흠 없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등장해야 했다. 왕실 사진작가인 샐리 베델 스미스는 WP에 “비현실적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쌓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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