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플랫폼 처벌 피하는 '역차별' 논란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나선 공정위
핫라인 구축 등 소비자 구제 강화
“알리에서 주문하면, 주문한 걸 잊을 만하면 배송이 와요. 무중력 의자를 샀는데, 무중력은커녕 의자 구실을 아예 못 하는 쓰레기가 왔어요. 알리에 환불해 달라고 연락했는데 감감무소식이고, 교환하자니 갔다가 또 언제 올까 싶고 그래서 그냥 돈 버린 셈 치기로 했어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2만7,239원짜리 무중력 의자를 산 직장인 김민희(36)씨는 결국 환불을 포기했다. ‘배송 보장’ ‘구매자 보호’가 적힌 상품을 샀는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배송 지연 시 쿠폰 지급·운송 중 분실된 상품 환불 처리·손상된 상품 환불 처리’라는 말도 믿으면 안 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알리나 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짝퉁(가짜 상품)’이나 유해 상품으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다만 알리가 종합쇼핑몰 이용자 수 2위로 성장했고 작년부터 소비자 피해도 급증한 상황이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해외 사업자도 예외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해외 플랫폼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내 플랫폼과 차별 없이 똑같이 처벌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가 꺼내 든 수단은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다. 직권조사가 불가능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 회사에 국내 대리인을 두게 해 본사 대신 공정위 조사를 받거나,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보호 의무를 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 기준과 대리인 의무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알리는 국내 법인이 있고 테무도 국내 대리인이 있다고 하는데, 현황 파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구체적 내용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상반기 중 알리와 자율협약을 맺는다. 자율협약을 체결하게 되면 알리 등 해외 플랫폼업체들은 총, 칼 등 소비자 위해 물품이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과 해외 플랫폼 간 핫라인을 구축해 소비자 보호 문제도 빠르게 직접 논의할 계획이다. 특허청과 관세청은 가짜 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해외 직접구매(직구) 통관단계에서 적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세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은 국내법 적용 대상임에도 물리적 한계 등으로 국내법 준수 여부에 대한 조사 및 제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법 위반에 대한 조사 및 제재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해외 사업자 어떻게 감시하나"
업계는 비교적 빠른 대응이라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해외 사업자 본국과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취급 상품 수와 해외 판매자가 방대한 알리의 경우 상품을 일일이 검수하는 것부터 어려운 상황이라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국내 사업자 수준에 맞추려면 세세한 후속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는 매출 규모 등 여러 데이터를 공개할 의무가 없고 공시되는 내용도 없어 사업 자체가 깜깜이 구조"라며 "아는 것이 없는데 세금 문제 등은 어떻게 감시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법상 외국 법인이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는 '역외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 파악 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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