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김준호씨 "사원 평정 문서 중
JTBC 작가 호칭 보고 블랙리스트 깨달아"
쿠팡 대책위 측 "권익위, 제보자 보호해야"
쿠팡 "회사 영업기밀 자료 탈취한 범죄자"
쿠팡이 특정 근로자들의 물류센터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가 직접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시민단체는 피해 근로자들에게 제보를 받아 무료로 집단 공익 소송을 이달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은 1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지난달 MBC와 대책위는 쿠팡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만6,450명을 등재한 '블랙리스트' 명단을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명단이 부당한 취업 제한에 악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쿠팡은 절도·폭행 등 문제 행위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위한 문서라고 해명했으나,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 조건에 문제를 제기한 노조 조합원, 언론인, 현직 국회의원까지 등재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기자회견에는 공익제보자 중 한 명인 김준호씨가 직접 참석해 제보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쿠팡풀필먼트 이천 호법센터 HR 채용팀에서 일하며 단기직 채용 등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입사 초기 '사평'(사원 평정) 문서를 접했고 '사평 대상자를 제외하고 채용을 진행하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사평 문서 중 성명란에 'JTBC 작가' '기자' '기자 추정' 등 호칭을 발견한 뒤로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얼마 안 지나서 퇴사했지만 근무 당시 업무를 잘 못한다, 관리자랑 다툼이 있었다, 마음에 안 든다, 고용부에 신고했다는 등의 이유로 억울하게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을 많이 봤다"며 "하지만 이미 퇴사한 이후라 증거도 없고 기억만으로는 공론화가 불가능해서 포기했는데 (당시 쿠팡에 재직 중이던) 다른 제보자가 '꼭 폭로를 부탁한다'고 해서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달 공론화 이후 연락이 닿은 블랙리스트 피해 당사자들의 '등재 사유' 관련 반박 주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예컨대 '폭언·욕설·모욕'을 이유로 명단에 이름이 오른 당사자는 '폭언한 적이 없고, 근무 센터와 관련한 불만을 제기한 적은 있었는데 이후 11번 재취업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역시 '폭언·욕설·모욕'으로 등재된 또 다른 피해자는 '위험한 상황인데 (관리자가) 재촉해서 손을 다쳤지만, 민원을 넣자 '난동범'으로 몰리고 일용직 채용확정 문자를 못 받게 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불안정 고용과 쉬운 해고"라며 "고용부와 검·경을 비롯한 사법당국은 지금이라도 특별근로감독과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수사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공익제보자 지원센터 간사는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 침해이자, 근로기준법 위반의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자 보호를 위해 쿠팡에 불이익 조치 중단을 요구하고 신고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라"고 촉구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은 쿠팡 측과 대책위·MBC·제보자 간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쿠팡 측은 공론화 이후 권 변호사를 비롯한 대책위 소속 변호사 3명, 김씨 등 제보자 2명, MBC 기자 4명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이에 대책위는 쿠팡을 근로기준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권익위, 경찰, 고용부 등에 고발하고, 두 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 신청을 권익위에 접수한 상황이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을 대리해 공익 소송에 나설 방침도 밝혔다. 권 변호사는 "현재까지 피해자 80여 명의 연락을 받았고, 이달 중 법적 대응 의사가 분명한 이들부터 집단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며 "본인 인적사항과 법적 대응 동의서만 있으면 무료로 공익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민주노총과 MBC는 자료 유출을 목적으로 회사 영업기밀 자료를 탈취한 범죄자들을 마치 공익제보자인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면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민주노총 간부 김모씨와 조력자 이모씨는 회사 영업비밀 수백 건을 불법 탈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금일 기자회견은 이런 범죄 행위를 비호하는 내용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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