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회의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자꾸 꺼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에 여성단체·야당이 비판을 쏟아낸 게 당연했다. 대통령 지명 상임위원이 버젓이 반인권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김 상임위원의 문제 발언은 최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에 제출할 보고서 심의 때 나왔다. 정부가 일본의 공식사과 및 법적배상을 촉구해야 한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국제정세를 위해 일본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반인륜적 범죄는 중국이 더 많다”며 인간의 기본권이 아니라 실용을 앞세운 접근이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꺼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한일 양국의 과거사이자,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화에 나섰던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 상임위원 발언 중 특히 “성노예제 타령”이란 대목은 경악스럽다. 일본 극우진영의 인식과 다를 바 없는 도를 넘어선 막말이다. 인권 지킴이가 돼야 할 국가인권위에서 그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오는 걸 정상이라 할 순 없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과거를 사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젊은 세대에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자기 연민과 한의 역사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의도한 걸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전략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의 장으로서는 신중치 못한 언급이다. “일본 미래세대가 계속 사죄할 필요는 없다”는 아베 담화(2015년)와 유사하다는 의심을 피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요 국가기관들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집필하는 등 역사수정주의자로 분류돼 왔다. 이런 개인적 성향을 떠나 기관 취지에서 벗어난 실언·막말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흔드는 것이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반복된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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