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수면 행태 및 수면의 질 평가
현대사회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수면은 현대인의 관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바쁜 현대사회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여기에 더해,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를 통해 쏟아지는 각종 영상을 보다 보면 점점 더 늦은 시간까지 잠이 들지 못하곤 한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2월 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수면 행태와 습관, 평소 느끼는 수면의 질, 그리고 수면의 질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두루 살피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수면을 누릴 수 있는지를 살폈다.
평일 평균 수면시간 7시간 36분, 5명 중 1명은 6시간 이하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잠을 잘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만 18세 이상 남녀의 평균 수면시간은 평일(월~금) 7시간 36분, 주말(토, 일) 8시간 5분이다. 조사 방법과 질문 방식 등이 달라 엄밀한 비교는 어려우나 지난 201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서의 만 19세 이상 남녀 평균 수면시간(8시간 9분)에 비하면 다소 짧다.
평일 기준 수면시간은 40대(7시간 19분)와 50대(7시간 14분)가 다소 짧고, 그 외 연령대는 7시간 40~50분대로 비슷하다. 수면시간으로 나눠보면 7~8시간(28%), 6~7시간(24%), 6시간 이하(20%), 8~9시간(16%), 9시간 초과(13%) 등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데, 5명 중 1명은 평일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다.
수면 패턴은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젊을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나이가 많을수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18~29세는 50%가 밤 12시~오전 3시 사이에 취침에 들어간다. 그리고 54%가 오전 7시~10시 사이에 일어난다. 반면 60대는 58%, 70세 이상은 70%가 밤 9시~12시 사이에 잠들고 각각 49%, 62%가 오전 4시~7시 사이에 일어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다 잠드는 사람은 65%
일반적으로 적정하다고 알려진 수면시간은 하루 8시간이지만 개개인의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이는 다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만 18세 이상 남녀가 생각하는 적정한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27분으로, 실제 수면시간보다도 오히려 조금 짧다.
평일 기준 실제 수면시간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수면시간을 비교해 보면, 전체 응답자 중 47%만이 실제 수면시간과 적정 수면시간이 1시간 이내 차이를 보여 비슷한 것으로 확인된다. 26%는 적정 수면시간보다 1시간 이상 잠을 더 자고 있으며 반대로 27%는 적정 수면시간보다 1시간 이상 잠이 모자란다.
잠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잠이 드는 사람은 16%에 그친다. 대다수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고도 바로 잠이 들지 않는데, 주로 하는 활동으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65%), ‘TV 시청'(36%), ‘공상 혹은 다음 날 할 일에 대한 생각'(32%) 등의 순이다(복수응답). 연령대가 낮을수록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다가 잔다는 사람이, 연령대가 높을수록 TV를 시청하거나 바로 잔다는 사람이 많다.
수면의 질 좋다 32%, 나쁘다 19%, 보통이다 49%
수면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수면의 질이다. 이번 조사에서 본인의 수면의 질에 좋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32%, 나쁘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19%다. 보통으로 평가한 사람은 49%로, 10명 중 8명이 본인의 수면의 질을 ‘보통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수면시간이다. 정말 수면시간이 적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면의 질이 낮을까. 평일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 중에서는 32%가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했다. 이는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 중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16%) 대비 두 배 높은 것이다.
절대적인 수면시간뿐만 아니라, 적정한 수면시간 역시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준다. 평일 기준으로,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적정 수면시간만큼 잠을 자는 사람 중에서는 12%만이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한다. 반면, 1시간 이상 덜 자는 사람은 31%가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한다. 양질의 수면을 위해서는 6시간 이상의 수면시간 확보에 더해, 본인의 건강 상태와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져야 함을 의미하는 결과다.
수면시간뿐만 아니라, 수면 행태 또한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일정한 사람 중에서는 12%만이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답했다. 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는 30%가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답해 두 배 이상 높다.
잠들기 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또한 수면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수면의 질 좋다·34%)과 30분 이하 사용하는 사람(38%)에 비해, 31분~1시간 사용하는 사람(30%), 1~2시간 사용하는 사람(28%), 2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22%)에게서 수면의 질이 좋다는 응답이 떨어진다.
자주 잠에서 깨는 경우 다시 잠이 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고, 이는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수면 중 깨는 빈도에 따라 수면의 질은 눈에 띄게 떨어진다. 평소 수면할 때 한 번도 깨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 중 수면의 질이 나쁘다는 응답은 5%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면 도중 1회 정도 깨는 사람은 수면의 질이 나쁘다는 응답이 12%로 올라갔으며, 3회 이상 깨는 사람은 31%까지 올라간다.
수면시간, 잠자리에서의 습관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심리적인 상태 또한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가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확인됐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독서나 운동 등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 ‘미라클 모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18%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41%가 수면의 질이 좋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의 수면 질 만족도(30%)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결과다. 이른 아침 시간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가꾸려는 마음가짐이 수면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까 봐 자주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29%를 차지했는데, 이들 중에서는 22%만이 수면의 질에 만족한다고 답해,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의 만족도(36%)와 큰 차이를 보인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수면의 질이 우리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규칙적인 수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자제, 긍정적인 생활 습관과 생각은 수면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가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각자의 생활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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