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 원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교생 사교육비가 대폭 늘었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와 같은 단선적인 조치로는 ‘사교육 공화국’을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공교육 불신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 같은 사교육 확장의 근본 원인부터 돌아봐야 한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수는 전년보다 1.3% 감소했는데도 사교육비는 4.5% 증가했다. 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의 경우 전년보다 8.2% 늘어나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교육부는 당초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고난도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욕을 보인 것인데, 오히려 수능 출제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더 많이 학원을 찾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사교육 문제는 입시제도만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은 여러 경험으로 증명됐다.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가 제한된 상황에서 교육과 입시가 ‘스펙 쌓기’의 일종으로 전락한 이유가 크다. ‘의대 광풍’이 보여주듯 평생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직종을 얻기 위한 과열 경쟁이 결국 ‘사교육 공화국’을 만들었다.
결국 ‘승자독식’을 완화시키는 일자리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2,000명 늘리기’도 그런 일환으로 볼 수 있겠다. 공급 통제로 인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이 보장된 직종의 울타리를 낮추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의 혜택과 매력을 늘릴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야 한다.
더구나 사교육은 계층 되물림의 수단이라 불평등을 강화한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67만1,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으로 최저였다. 사교육 문제는 빈부격차- 승자독식- 저출생이 얽힌 악순환의 주요 고리인 만큼, 교육부만이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접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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